

대구시장의 측근, 21대 총선 수성을 여론조사 비용 현금 지급 문건 드러나.
6·3 대통령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홍준표 대구시장이 제21대 총선에 출마했던 2020년, 그의 측근이 명태균씨가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에 대구 수성을 지역구 여론조사 비용으로 560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했다는 문건이 확인됐다. 한겨레21이 단독 입수한 이 문건은 홍 시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대구 수성을 지역구에서 최소 7건의 공표·미공표 여론조사를 미래한국연구소에 의뢰한 내역을 상세히 담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여론조사 비용을 홍 시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재기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이 현금으로 납부했다는 미래한국연구소 관계자들의 일관된 증언이다. 미래한국연구소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는 "홍 시장 쪽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금액을 홍 시장의 최측근인 박재기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현금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문건과 증언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홍 시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제21대 총선 당시 홍 시장은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으나,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천관리위원회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청했다. 이에 홍 시장은 경남 양산시을 지역구 공천을 재신청했지만 컷오프됐고, 결국 2020년 3월15일 미래통합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 지역구에 출마해 이인선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를 2.74%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번에 드러난 문건은 홍 시장이 최종 출마한 대구 수성을 지역구에서 명태균씨의 미래한국연구소가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비용이 거래된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청구서에 따르면 미래한국연구소는 수성을 지역구에서 7건의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 이 중 공표 여론조사는 2건, 미공표 여론조사는 5건이었다. 전체 비용은 5600여만원에 달했다.
명태균과 모르는 사이라던 홍준표, 사무실에서 직접 여론조사 결과 보고받은 정황 확인.
미래한국연구소의 김태열 전 소장은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홍 시장 여론조사를 시행하고 그 비용은 홍 시장의 최측근인 박 전 사장에게 직접 현금으로 받았다"고 증언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김 전 소장이 "박 전 사장이 당시 홍 시장 총선 캠프를 총괄하고 있었고, 해당 여론조사가 홍 시장에게 직접 보고되는 것도 확인했다"고 밝힌 점이다. 이는 홍 시장과 명태균씨 사이의 관계를 전면 부인해온 홍 시장의 기존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 전 소장은 구체적으로 2020년 3~4월경 여론조사 결과를 들고 명씨와 함께 홍 시장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명씨가 직접 홍 시장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의원 후보(홍준표) 방이 있었다. (명씨와 박 전 사장이) 그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며 "명씨가 박 전 사장과 함께 들어가서 여론조사 결과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홍 시장 선거 사무실 위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면서 돈을 받았다. 청구서가 있으면 그걸 가지고 가서 받았다. 받은 돈이 500만원일 때도 있고, 1천만원일 때도 있었다. 워낙 자주 갔어서 방문 횟수는 세세히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 김태열 미래한국연구소 전 소장
이러한 증언은 홍 시장이 SNS 등을 통해 "명태균과 한 번이라도 만난 일이 있었어야 여론조작 협잡을 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닌가"라고 주장했던 것과 크게 충돌한다. 홍 시장은 그동안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는 박 전 사장이 개별적으로 한 것이고 본인은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해왔다. 그러나 김 전 소장의 증언대로라면 홍 시장은 명태균씨와 직접 만났을 뿐 아니라, 여론조사 결과를 직접 보고받은 것이다.
유권자 성향 분석으로 '이기는 여론조사' 맞춤 제작...정치자금법 위반 수사 불가피.
한겨레21이 확보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 수성을 지역구에서는 2020년 3월21일, 3월25일, 3월31일~4월1일, 4월5~6일, 4월10일, 4월12일, 4월13일 등 최소 7건의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주목할 점은 강혜경씨의 증언으로, 그는 "'유권자 성향 분석'을 통해 여론조사를 홍 시장에 유리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리 유권자의 성향을 분석한 표본을 바탕으로 홍 시장이 이기는 여론조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황은 홍 시장이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출마를 검토한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와 경남 양산시을 지역구, 대구 수성을 지역구의 유권자 '성향 분석' 자료가 미래한국연구소 내부에 존재한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이는 홍 시장의 출마 지역 결정과 명씨의 우호적 여론조사 사이에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거래가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윤미 변호사는 "선거 캠프 자금이라는 건 딱 정해진 법의 범위 내에서 집행하고,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면 회계 장부에 남도록 해야 하는데 제3자가 그것을 납부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의 소지가 매우 농후해 보이기 때문에 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여론조사가 조작됐다면 공정한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라고 강조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도 "여러 가지 따져봐야 할 점이 많지만, 만약 홍 시장 총선 선거캠프가 실질적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측근이 비용을 대납한 것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수사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겨레21은 이 문건과 증언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홍 시장 쪽 관계자와 박 전 사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