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데모로 화제 모은 마누스, 실제 사용자는 소수에 그쳐 의문 제기.
최근 AI 에이전트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스타트업 '마누스(Manus)'가 제한적인 사용자 접근 정책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공개된 마누스의 데모 영상은 웹 브라우징, 이메일 작성, 데이터 분석,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작업을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수행하는 AI 에이전트의 모습을 담아 단숨에 실리콘밸리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기존 AI 비서들과 달리 사용자의 지시를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오가며 복잡한 작업을 자율적으로 완수하는 모습이 화제였다.
그러나 마누스가 서비스 출시 후 한 달간 허용한 실제 사용자 수는 약 1,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한된 베타 테스트'라는 명목 하에 사용자 접근을 크게 제한하고 있으며, 특히 AI 전문가나 기술 검증이 가능한 개발자들에게는 더욱 접근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의 보도에 따르면, 마누스는 기자들과 업계 전문가들의 계정 신청 대부분을 거절하고 있으며, 접근 권한을 받은 일부 사용자들에게는 상세한 비공개 계약(NDA)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AI 커뮤니티에서 마누스의 기술적 실체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AI 연구자 제니퍼 킴은 "일반적으로 혁신적인 AI 기술은 광범위한 테스트와 피드백을 통해 발전한다"며 "마누스의 극도로 제한적인 접근 정책은 그들이 주장하는 기능과 실제 성능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마누스가 공개한 데모 영상의 몇몇 기능은 현재 AI 기술의 한계를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간 개입 의혹... "완전 자동화된 AI가 아닌 인간-AI 혼합 서비스 가능성".
마누스의 기술적 실체에 대한 또 다른 의혹은 소위 '인간 개입(human-in-the-loop)' 가능성이다. AI 업계에서는 완전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뒤에서 인간 작업자가 보조하는 '마법사 오브 오즈(Wizard of Oz)' 기법이 종종 사용된다. 마누스의 경우, 특히 복잡한 맥락 이해와 여러 애플리케이션 간의 조정이 필요한 작업에서 인간 운영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AI 윤리 연구자 마이클 제임스 교수는 "마누스가 보여준 데모는 현재 AI 모델의 일반적인 능력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특히 애매한 지시의 해석, 에러 복구, 문맥 전환 등에서 보여준 능력은 인간의 판단이 개입되지 않고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것이 반드시 사기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마누스가 공개 마케팅에서 주장하는 '완전 자동화된 AI 에이전트'와는 다른 하이브리드 서비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일부 베타 테스터들의 익명 증언에 따르면, 마누스의 응답 시간이 작업의 복잡성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현상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단순한 웹 검색이나 간단한 이메일 작성은 거의 실시간으로 처리되는 반면, 복잡한 데이터 분석이나 콘텐츠 제작 작업은 수 분에서 최대 30분까지 소요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시간 차이는 복잡한 작업에 인간 검토자나 운영자가 개입하고 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익명을 요구한 마누스의 한 전직 엔지니어는 "베타 서비스 초기에는 특정 작업에 대해 AI 결과를 인간이 검토하고 교정하는 프로세스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보면 마누스의 접근법이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현재 기술의 한계 내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간 전문가의 개입을 활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전략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사용하면서도 모든 작업이 순수한 AI에 의해 처리되는 것처럼 마케팅하는 투명성 부족에 있습니다. 테크 산업의 역사를 보면, 초기에 과장된 주장으로 투자를 유치하다가 결국 실망을 안겨준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기술 혁신 센터 로버트 윌슨 교수
업계 반응과 향후 전망... "상업적 AI 에이전트 평가 기준 필요".
마누스를 둘러싼 논란은 급속히 성장하는 AI 에이전트 시장에 대한 더 넓은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적어도 20개 이상의 AI 에이전트 스타트업이 총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아직 제품을 공개하지 않거나 제한된 사용자만 허용하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누스의 사례는 화려한 데모와 실제 제품 성능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마누스의 공동 창업자인 제이슨 리는 논란에 대해 "초기 서비스의 안정성과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혁신적인 기술일수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기술은 100% 자동화된 AI 시스템이지만, 사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주 내에 더 많은 사용자에게 접근 권한을 제공하고, 기술 검증을 위한 투명성도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AI 산업 분석가들은 마누스의 사례가 업계 전반에 교훈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벤처캐피털 앤드리센 호로위츠의 AI 투자 전문가 샌드라 리는 "AI 에이전트 시장이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마케팅 주장과 실제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산업 표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간 개입이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도 유효한 접근법이지만,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장기적 신뢰 구축에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마누스를 둘러싼 논란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AI 에이전트의 성능과 투명성에 대한 산업계의 인식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