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학습 저작권 논란과 네이버의 대응.
네이버가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한 학습 데이터로 뉴스 콘텐츠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문제가 국회 차원에서 제기되었다.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최수연 네이버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네이버가 언론사의 기사를 무단으로 AI 학습에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네이버를 상대로 제기한 뉴스데이터 AI 무단 학습 소송을 언급하며 "네이버가 AI를 선도하려면 이 문제(뉴스 저작권 침해)를 풀고 가야한다"고 직접적으로 지적했다. 이는 네이버가 국내 AI 기업으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언론사와의 협력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소송은 네이버가 자사의 대규모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개발 과정에서 각 언론사가 저작권을 보유한 뉴스 콘텐츠를 적절한 허가 없이 학습 데이터로 활용했다는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특히 하이퍼클로바X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모델과 비교해 우수한 한국어 데이터를 많이 학습한 점이 강점으로 꼽히는데, 이 한국어 데이터에 국내 언론사의 뉴스 기사가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의 약관 개정과 언론사 협력 방안.
최수연 CEO는 과거 네이버 이용 약관에 AI 학습을 위해 뉴스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이 존재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AI 모델의 상업적 가치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네이버는 이러한 약관을 개정했으며, 현재는 뉴스 콘텐츠를 AI 학습에 무단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AI 기술 발전과 함께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대응이다.
더 나아가 최 CEO는 "최근 언론사와 협약을 맺어서 AI 기술을 제공하고, 뉴스를 학습할 권리를 얻었다"며 합법적인 뉴스 콘텐츠 학습 방안을 마련했다고 부연했다. 이는 네이버가 단순히 저작권 침해 문제를 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언론사와의 상생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AI 기술 발전과 콘텐츠 생태계의 건강한 성장을 동시에 도모하겠다는 전략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네이버의 이러한 움직임은 AI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콘텐츠 산업과 기술 기업 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해진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다. 특히 한국어에 강점을 가진 네이버의 AI 모델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양질의 한국어 데이터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언론사와의 협력은 매우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예전엔 네이버 이용 약관에 AI 학습을 위해 뉴스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이 있었다. AI 모델의 상업적 가치가 주목받은 뒤 약관을 개정하고 현재는 뉴스 콘텐츠를 AI 학습에 사용하지 않는다." - 최수연 네이버 CEO
소버린 AI와 네이버의 글로벌 경쟁력.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각 국의 언어를 중심으로 한 소버린(자주적인) AI 수출을 도모하고 있다. 소버린 AI는 특정 국가나 언어에 최적화된 인공지능 모델을 의미하며, 네이버는 한국어에 강점을 가진 AI 모델을 바탕으로 이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전략의 핵심은 바로 네이버가 보유한 풍부한 한국어 데이터와 이를 바탕으로 구축한 AI 기술력에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뉴스 콘텐츠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네이버의 소버린 AI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에 네이버가 언론사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단순한 법적 분쟁 해결을 넘어 글로벌 AI 경쟁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이날 국회 과방위에서는 당초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최수연 CEO를 각각 증인, 참고인으로 소환했으나, 회의 시작 후 이해진 창업자에 대한 증인 채택은 철회되었다. 최수연 CEO는 오후 3시경부터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의원들의 질의에 응답했다. 이번 국회 출석을 통해 최 CEO는 뉴스 데이터 AI 학습 문제뿐만 아니라 네이버의 AI 전략과 국내 콘텐츠 산업과의 상생 방안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기회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