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주 4.5일제' 논란, 52시간제 폐지 의도에 비판 고조.
조기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제시한 '주 4.5일제' 공약이 '짝퉁'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주 4.5일제는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아닌 유연근로형 방식으로, 주 4일 동안 하루 1시간씩 더 일한 후 남은 하루는 4시간만 근무하는 형태다. 이는 실질적인 노동시간 감소 없이 단순히 근무시간을 재배치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이 이 공약과 함께 '주 52시간제 폐지'를 함께 제시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제는 장시간 노동 문화를 개선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제도로 평가받아 왔다. 이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은 노동계로부터 "시대를 거스르는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종진 일하는센터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이사장은 "유연근로형 주 4.5일제는 노동시간을 전혀 줄이지 않는 짝퉁일 뿐 아니라, 주 4일제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하는 것인데 주 40시간제도 폐기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이 주요 정책 과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한국이 오히려 노동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국제적 흐름에도 역행한다는 비판이다.
다만 일부 지자체와 대기업에서 유연근로형 주 4.5일제를 도입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사례도 있어, 국민의힘의 이 공약이 대선 국면에서 특정 유권자층에 소구력을 가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 측은 이 공약이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선택지를 넓혀주는 정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 첫 공약으로 'AI 100조원 투자' 제시했지만 노동정책은 부재.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선후보로서 첫 공식일정으로 14일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를 방문하며 경제행보를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첫 번째 공약으로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기술 혁신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 전 대표가 평소 강조해 온 첨단기술 육성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후보는 SNS를 통해 "AI는 동시대 세계 경제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이고, 대한민국은 이제 추격 국가가 아니라 첨단과학 기술로 세계 미래를 설계하고 글로벌 질서와 문명을 이끄는 선도 국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대통령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기술자·연구자·정부 협력을 강화하는 기구로 재편하고, 국가 AI 데이터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 확충 계획을 제시했다. 또한 지역 거점대학에 AI 단과대학을 설립해 석·박사급 전문인재를 양성하고 해외인재도 적극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후보는 AI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시간을 줄여 '워라밸이 가능한 AI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무엇보다 더 이상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성장하지 않아도 되는 AI를 통한 안전 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며 "AI로 금융·건강·식량·재난 리스크를 분석해 국민의 삶을 지키는 'AI 기본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이 후보가 AI 기술 발전 이후의 일자리 변화와 노동시장 재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AI가 가져올 산업구조 변화와 일자리 대체 위험성에 대한 대비책이나, 새로운 노동환경에서 필요한 법·제도적 보완책에 대한 언급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기술 투자와 경제 성장 측면은 강조하면서도 노동권 보장과 같은 구체적인 사회정책은 뒤로 미루는 모양새라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AI는 동시대 세계 경제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이고, 대한민국은 이제 추격 국가가 아니라 첨단과학 기술로 세계 미래를 설계하고 글로벌 질서와 문명을 이끄는 선도 국가여야 한다.
대선 주요 후보들의 노동 정책 공백, 시대적 요구와의 괴리.
이번 조기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의 노동 정책은 큰 틀에서 방향성만 제시할 뿐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노동시간 유연화라는 큰 방향성 아래 주 52시간제 폐지와 주 4.5일제 도입을 제시했지만, 근로자의 노동권 보장과 과로 방지를 위한 대안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AI 기술 투자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AI 시대에 변화할 노동환경과 고용구조에 대한 대비책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두 진영 모두 AI와 같은 첨단기술이 가져올 고용구조 변화, 플랫폼 노동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에 대한 보호, 기술 발전에 따른 소득 불평등 완화 방안 등 미래 노동시장의 핵심 이슈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 전문가들은 AI 시대를 준비하는 국가 전략이 단순한 기술 투자를 넘어 노동자 보호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AI와 자동화로 인해 국내 일자리의 약 15%가 대체될 가능성이 있으며, 70% 이상의 직업이 부분적인 업무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간 유연화나 기술 투자와 같은 단편적 접근보다는 '전환기 노동자 보호'와 '미래 일자리 대비'를 위한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동 분야 전문가들은 주요 후보들이 AI 시대에 대비한 노동교육 강화, 재교육 및 직업전환 지원제도, 기본소득이나 로봇세와 같은 소득 재분배 방안,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비정형 노동자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등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이러한 실질적인 노동정책이 더 많이 논의되고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