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적형에서 발견형으로, AI가 바꾸는 쇼핑 패러다임.
네이버가 자체 생성 AI '하이퍼클로바X'를 전면에 내세운 독립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출시하며 AI 쇼핑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3월 출시된 이 앱은 단순한 네이버 쇼핑 기능의 분리가 아닌, AI 기술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쇼핑 경험을 목표로 하는 네이버의 전략적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핵심은 '목적형 쇼핑'에서 '탐색/발견형 쇼핑'으로의 전환이다.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이 사용자가 찾는 상품을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사용자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필요나 욕구를 AI가 발견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네이버가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의 선호도, 과거 구매 이력 등을 분석하고, 하이퍼클로바X의 고도화된 AI 기술을 통해 개인화된 상품 추천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다. 특히 AI 기술은 단순히 상품을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품 검색부터 구매 결정, 배송에 이르기까지 쇼핑의 전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다.
이러한 변화는 온라인 쇼핑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가격 경쟁과 배송 속도 경쟁에서 사용자 경험과 개인화 서비스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면서, AI 기술력이 플랫폼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이번 도전이 쇼핑 앱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숏폼으로 만나는 새로운 쇼핑, '발견' 탭의 가능성과 한계.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하단 메뉴의 '발견' 탭이다. 이 탭은 30초 내외의 숏폼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소개하는 서비스로,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사한 세로형 비디오 피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사용자는 영상을 위로 스와이프하며 넘겨보면서 관심 상품을 발견하고, 바로 구매 페이지로 연결될 수 있다.
숏폼을 통한 쇼핑 콘텐츠 소비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트렌드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발견 탭은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실제 구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로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영상 우측의 '하트'를 눌러 호감을 표시하거나 댓글을 남길 수 있으며,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더 정교한 상품 추천의 기반이 된다.
그러나 현재 발견 탭은 사용자의 관심사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사용자가 전혀 관심 없는 카테고리의 유사한 상품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거나, 특정 선호 카테고리를 명시적으로 설정할 수 없어 콘텐츠 탐색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또한 추천 상품과 사용자 간의 관련성이 낮을 경우 구매 전환율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발견 탭이 잠재력을 최대화하려면 사용자에게 숏폼 카테고리 선택지를 제공하거나, 더 세밀한 AI 알고리즘을 통해 관심도 높은 콘텐츠를 정확히 추천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향후 네이버의 AI 학습 모델이 고도화되면 발견 탭의 추천 정확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커머스 전문가는 "숏폼 기반 쇼핑 콘텐츠는 단순한 상품 노출을 넘어 브랜드 스토리와 사용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사용자의 구매 의사결정에 깊이 관여할 수 있다"며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발견' 탭이 이러한 방향으로 진화한다면 새로운 쇼핑 경험의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택의 고민을 덜어주는 AI 쇼핑 가이드와 향후 전망.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의 또 다른 차별점은 'AI 쇼핑 가이드' 기능이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상품을 검색했을 때 해당 상품 카테고리에서 고려해볼 만한 다양한 키워드와 특성을 제시하고, 각 키워드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준다. 예를 들어, 공기청정기를 검색하면 '초미세먼지까지 잡아주는', '전기세 절감에 도움이 되는', '필터 관리가 편리한' 등의 키워드가 제시되며, 각 키워드를 클릭하면 관련 상품과 설명이 나타난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복잡한 상품 비교 과정에서 겪는 선택의 어려움을 줄이고, 개인의 우선순위에 맞는 상품을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전자제품과 같이 다양한 사양과 특성을 비교해야 하는 품목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현재는 노트북, 휴대폰, 냉장고, 에어컨 등 전자제품군에 우선 적용되고 있으며, 향후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네이버배송(N배송)' 서비스도 함께 선보였다. 기존 '네이버 도착보장'에서 세분화된 이 서비스는 오늘배송, 내일배송, 일요배송, 희망일 배송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며, 도착이 늦을 경우 포인트 보상을 통해 배송 신뢰도를 높였다. 현재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만 이용 가능하지만 점진적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향후 발전 가능성에 대해 업계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개선점도 지적한다. 사용자의 구매 의도를 더 정확히 파악하는 알고리즘 개선, 실질적 효용을 제공하는 기능에 집중, 앱 다운로드를 유도할 만한 차별화된 가치 제공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특히 사용자가 자주 찾고 다양하게 활용할수록 AI의 학습이 심화되어 만족도가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네이버는 이번 쇼핑 앱 출시를 시작으로 하이퍼클로바X를 쇼핑, 지도 등 다양한 분야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방대한 데이터와 자체 AI 기술이라는 고유한 강점을 바탕으로 AI 시대에 최적화된 전략을 펼칠 네이버의 행보가 국내 디지털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