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드로이드에서 시작된 협력 관계, AI 시대에 전방위로 확대.
스마트폰 운영체계(OS) 안드로이드를 매개로 시작한 삼성전자와 구글의 동맹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한층 더 견고해지고 있다. 하드웨어는 삼성전자가, AI 모델 등 소프트웨어는 구글이 맡는 분업 시스템을 스마트폰에 이어 반도체, 로봇으로 협력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양사의 협력 관계가 강화되는 배경에는 글로벌 AI 기술 패권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애플+오픈AI, LG전자+마이크로소프트(MS), 중국 기업연합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합종연횡하는 상황에서, 각 분야 최고 기업들 간의 전략적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하드웨어 강자인 삼성전자와 AI 소프트웨어 역량이 뛰어난 구글의 협력은 상호 보완적 관계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양사의 협력 영역은 갈수록 더 확대되고 있으며, 그 깊이 또한 심화되고 있다.
내년 출시 목표로 경량 스마트 안경 공동 개발 중.
삼성전자와 구글은 증강현실(AR)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안경'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 구글 캠퍼스에서 열린 'XR(확장현실) 언록' 행사에서 개발 중인 스마트 안경의 이미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후 10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TED 2025' 콘퍼런스에서 샤람 이자디 구글 AR·XR 담당 부사장이 스마트 안경 시제품을 직접 착용하고 일부 기능을 시연하며 주목을 받았다.
양사가 공동 개발 중인 이 스마트 안경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께 출시될 예정이다. 일반 안경처럼 가볍고 착용감이 좋은 것이 특징이며, 길 안내, 실시간 번역 등 다양한 AI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스마트 안경의 한계였던 무겁고 불편한 착용감을 개선하고, 실용적인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또한 연내 출시할 예정인 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첨단 기기 개발·제조 기술과 구글의 운영체제 개발 노하우가 녹아든 제품으로, 메타버스와 가상현실(VR) 시장에서 애플의 '비전 프로'와 경쟁하기 위한 전략적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엔 구글의 경쟁사가 애플 하나뿐이었지만 AI 시대엔 MS, 오픈AI, 메타, 아마존 등 여러 빅테크와 무한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이 두 회사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로봇과 반도체로 확장되는 협력 영역...제미나이 탑재된 '볼리' 출시 예정.
양사의 협력은 로봇 등 피지컬 AI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오는 6월께 출시할 예정인 가정용 로봇 '볼리'에는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가 적용된다. 볼리는 제미나이와 삼성전자의 독자 AI 기술을 결합해 자연스러운 대화형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역량과 구글의 AI 기술이 결합된 또 하나의 사례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양사의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에 삼성전자가 도움을 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AI 반도체 분야에서 협업은 더욱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구글은 최근 AI 추론용 7세대 텐서프로세서유닛(TPU) '아이언 우드'를 공개했는데, 이 칩에는 192기가바이트(GB) 용량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가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HBM 물량의 일부를 공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양사의 협력은 단순히 스마트폰을 넘어 첨단 기술이 집약된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AI 시대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이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각 영역의 최강자들이 서로의 강점을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상호 보완적 관계 속 중장기적 도전과제 존재...독자 영역 확장 노력도.
2007년부터 안드로이드 OS 기반 스마트폰 생태계를 함께 구축해온 두 회사의 협업은 AI 시대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다. 구글 입장에서는 자체 개발한 AI 모델을 확산하는 데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기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만한 파트너를 찾기 어렵다. 삼성전자 역시 AI 분야 최강자 중 하나인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소프트웨어 역량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변수도 존재한다. 두 회사 모두 상대방 영역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신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한 '갤럭시 AI'를 제미나이와 함께 활용한다고 강조하며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구글 역시 '픽셀' 시리즈로 스마트폰을 직접 개발하는 등 하드웨어 영역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런 중장기적 경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는 양사의 협력이 서로에게 윈윈(win-win) 전략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AI, XR, 로봇 등 차세대 기술 경쟁에서 단독으로 승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고의 파트너십은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구글의 동맹은 향후 AI 시대의 기술 혁신과 시장 판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