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투자자, 팔란티어 보유액 애플 첫 추월.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패턴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오랜 기간 한국 투자자들의 최애 종목으로 꼽혔던 애플이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에 그 자리를 내주며 투자 트렌드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5월 첫째 주 기준 한국 투자자들의 팔란티어 주식 보관액은 약 4조 8천억 원으로, 애플의 4조 7천억 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미국 주식 시장에서 빅테크 기업 중심의 투자 흐름이 인공지능(AI) 관련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팔란티어는 지난 2020년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으나, 특히 올해 초부터 AI 관련 솔루션 발표 이후 주가가 급등하며 한국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팔란티어가 애플을 제치고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주식이 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빅테크 중심의 투자에서 AI 핵심 기업으로 투자 중심축이 이동하는 현상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팔란티어는 연초 대비 약 154% 상승하며 주가 성장률 면에서도 애플을 크게 앞서고 있다.
특히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AI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팔란티어의 데이터 분석과 AI 역량이 결합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단순한 종목 선호도 변화를 넘어 한국 투자자들의 글로벌 투자 시각이 보다 기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AI 붐이 바꾼 미국주식 투자 지형도.
팔란티어와 애플의 역전 현상은 AI 붐이 가져온 미국 주식 시장 투자 지형도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3년까지만 해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전통적인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 투자자들의 주요 투자처였으나, 최근 들어 팔란티어, 엔비디아, AMD 등 AI 관련 기업들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나증권의 투자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한국 투자자들의 팔란티어 순매수액은 약 1조 2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같은 기간 애플 순매수액의 약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특히 20~30대 젊은 투자자층의 팔란티어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며, 미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김민수 연구원은 "팔란티어는 정부 및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 분석 서비스에서 AI 플랫폼 비즈니스로 확장하며 성장 모멘텀을 얻고 있다"며 "특히 최근 발표한 AI 기반 '아틀라스(AIP)' 플랫폼이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주가 상승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팔란티어는 2023년 4분기 매출이 6억 1,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1억 900만 달러를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러한 실적 개선과 함께 정부 및 기업 고객 확대, AI 관련 사업 확장 등의 긍정적 요인들이 한국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은 글로벌 투자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팔란티어에 대한 투자 확대는 AI와 데이터 분석이 미래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는 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 키움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
서학개미의 투자 패턴 변화와 시사점.
일명 '서학개미'로 불리는 한국인 미국 주식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 변화는 단순한 종목 선호도 변화를 넘어 글로벌 투자 흐름의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 투자자들은 애플, 테슬라와 같은 소비자에게 친숙한 브랜드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팔란티어와 같은 B2B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NH투자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AI 관련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5%에서 2023년 25%, 그리고 올해는 40%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투자자들이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빠르게 포착하고 투자에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애플에서 팔란티어로의 전환은 단순한 투자 대상의 변화가 아니라 투자 철학의 변화를 의미한다"며 "안정적인 성장보다는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고성장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투자 패턴 변화는 국내 투자자들의 글로벌 시장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또한 팔란티어의 부상은 향후 미국 주식 시장에서 AI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더욱 확대될 것임을 시사한다. 증권가에서는 팔란티어에 이어 다른 AI 관련 기업들도 한국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컴퓨팅, 반도체 등 AI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섹터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