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차세대 신약 개발의 핵심 플랫폼으로 부상

SONOW / 20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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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인체 미생물 생태계를 활용한 신개념 치료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 군집 전체를 일컫는 용어로, 최근 제약산업의 혁신적인 신약 개발 플랫폼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체 내에는 약 38조 개의 세포가 있지만,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은 이보다 더 많은 약 40조 개에 달한다. 특히 장내에는 1,000여 종, 100조 개 이상의 미생물이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들은 우리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은 단순한 소화기 질환을 넘어 비만, 당뇨병, 자가면역질환, 심혈관 질환, 염증성 장질환, 심지어 정신 건강 문제와도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은 다양한 질병 치료의 새로운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는 이미 2010년대부터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연구와 기업 투자가 급증했으며, 현재는 임상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만 해도 200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첫째, 유익균을 직접 투여하는 생균제(Live Biotherapeutic Products, LBPs) 형태, 둘째, 미생물이 생산하는 대사물질을 이용하는 방식, 셋째,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을 건강한 상태로 변화시키는 조절제 형태다. 이 중에서도 특히 생균제 형태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2023년 미국 FDA가 첫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보클루스타'를 승인하면서 시장 성장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글로벌 제약기업,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시장 선점 경쟁 본격화.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존슨앤존슨, 다케다, 애스트라제네카 등 대형 제약사들은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들과 대규모 협업을 추진하거나 직접 인수하는 방식으로 관련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존슨앤존슨은 2015년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베딤(Vedanta)과 2억 4,100만 달러 규모의 협약을 체결했으며, 다케다는 핀치테라퓨틱스(Finch Therapeutics)와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개발에 5억 3,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 세균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약 2만 9,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200억 달러에 이른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항생제 내성 문제를 우회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어 그 시장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바이오시밀러나 바이오베터와 달리 원천 기술 확보가 가능한 분야로, 후발 주자들도 시장 진입이 가능한 '블루오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BCC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107억 달러에서 2027년까지 약 29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연평균 성장률(CAGR) 약 22.3%에 해당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로, 제약사들이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특히 북미 지역이 전체 시장의 약 45%를 차지하는 가운데,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도 관련 연구와 임상 시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직접적인 약물 개발뿐만 아니라, 기존 약물의 효과를 높이거나 부작용을 줄이는 보조 치료제로서의 가능성도 큽니다. 특히 항암제와 병용 시 효과가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암 치료 분야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 교수

국내 바이오기업,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경쟁에 적극 참여.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국내 최초로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으로 출범한 지놈앤컴퍼니는 장내 미생물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이를 활용한 면역항암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놈앤컴퍼니는 2022년 미국 임상 2상에 돌입한 'GEN-001'이라는 면역항암제 치료 보조제를 개발 중이며, 이미 국내 대기업 제약사들과 협업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현재 약 20여 개의 바이오 기업이 관련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중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고바이오랩,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천랩, 마이크로바이옴 등이 있으며, 각 기업은 독자적인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고바이오랩은 2020년 기준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중 최대 규모인 744억 원의 시리즈 C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2020년 약 5,000억 원 규모에서 2025년까지 약 1조 5,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들은 특히 한국인의 독특한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이를 활용한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주로 서양인 중심의 데이터에 기반한 제품을 개발하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한국인의 특성을 반영한 치료제 개발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는 향후 아시아 시장 진출에 있어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SONOW / 20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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