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 아끼지 않는 '액티브 시니어', 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부상

SONOW / 202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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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에도 활발한 소비 활동, '액티브 시니어'의 등장과 확산.

40년간 직장 생활 후 지난해 은퇴한 김모(62)씨는 요가와 테니스를 배우며 새로운 삶을 즐기고 있다. 과거 패션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그는 최근 스포츠웨어를 구매할 땐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연다. 김씨는 "직장에 다니면서 하지 못했던 취미를 즐기며 멋지게 늙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다"며 "운동과 건강한 식단을 위해 돈을 쓰는 게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은퇴 후에도 여가·소비 활동을 적극적으로 즐기며 능동적으로 생활하는 인구를 '액티브 시니어'라고 부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이 새로운 경제 주체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 세대의 구매력과 시장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소비가 줄어든다는 선입견과 달리, 액티브 시니어는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 현상은 고령화에 따른 '프로에이징(Pro-aging)' 트렌드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프로에이징은 나이가 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도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한다. 젊음을 유지하고 노화를 극복한다는 '안티에이징(Anti-aging)'과는 달리,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그 과정에서 최상의 삶의 질을 추구하는 개념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지난해 말 전국 만 14~69세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 액티브 시니어 소비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액티브 시니어의 96.2%는 '은퇴 후에도 경제활동을 지속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건강과 운동(68.1%)'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건강한 노후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인 이들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건강하게 살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패션부터 건강식품까지, 시니어를 겨냥한 유통업계의 전략 변화.

기업들은 액티브 시니어의 성장과 함께 관련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랜드글로벌이 전개하는 애슬레저 라이프웨어 브랜드 '신디'다. 신디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3% 성장했는데, 이는 5060세대가 많이 거주하는 서울 강서·송파·잠실 등에 매장을 잇따라 오픈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신디는 중장년층의 신체적 특성과 선호도를 고려한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체형이 드러나는 부담스러운 실루엣이나 과도한 노출을 지양하고, 편안한 착용감과 기능성에 집중한다.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요가, 필라테스 등 중강도 운동을 즐기는 5060세대에 맞춰 최적화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젊은 층을 주요 타깃으로 하던 애슬레저 시장이 중장년층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건강식품 시장에서도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마케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근력 강화, 피부 건강 등 5060세대를 위한 간편형 건강식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특히 상품 판매채널을 다각화하는 '멀티채널 상품 프로바이더' 전략을 구사하며, TV 생방송뿐만 아니라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등으로 판매 채널을 확장했다.

이와 함께 롯데홈쇼핑은 공식 유튜브를 통해 '1분 건강', '건강식사' 등을 주제로 중장년층이 공감할 만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액티브 시니어들과의 접점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효과를 거두면서 지난 1월부터 3월 19일까지 롯데홈쇼핑 건강식품 주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으며, 그중 5060세대의 구매 비중은 60%에 달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하지 못했던 취미를 즐기며 멋지게 늙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다. 운동과 건강한 식단을 위해 돈을 쓰는 게 아깝지 않다.

초고령사회 진입 앞둔 한국, '시니어 시프트' 마케팅의 중요성 부각.

액티브 시니어의 부상은 한국 사회의 인구구조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러한 인구 고령화는 소비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며, 시니어 세대가 경제활동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게 된다.

특히 현재의 5060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디지털 기기 활용에 적극적이고,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데 개방적인 특성을 보인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편으로, 은퇴 후 자신의 취미와 건강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 기회를 의미하며, 시니어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 개발이 중요해지고 있다.

코바코 관계자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시장을 선점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액티브 시니어의 성향을 반영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며 "시니어를 중심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재편하는 '시니어 시프트'에 성공한 일본 기업들의 사례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로, 시니어 시장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과 성공 사례를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 행동 전문가들은 액티브 시니어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은 이들을 '나이 든 사람'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대신 이들의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과 다양한 관심사에 주목하고, 세대 특성에 맞는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디지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옴니채널 전략으로 접근성을 높이고, 건강과 활력을 중심으로 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SONOW / 202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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