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년 만의 최대 규모 인수로 글로벌 럭셔리 시장 판도 변화.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브랜드 프라다가 베르사체를 약 13억 8,000만 달러(약 2조 50억 원)에 전격 인수하며 이탈리아 최대 패션 그룹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프라다는 베르사체 모회사인 미국 카프리홀딩스로부터 베르사체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인수 대금은 전액 현금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이번 인수는 1913년 프라다 설립 이후 112년 만에 이루어지는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로, 럭셔리 패션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구찌 모회사 케링 등 글로벌 럭셔리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프라다의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프라다는 이번 거래가 올해 하반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며, 베르사체의 운전자본 및 순부채 추정치에 따라 최종 인수가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안드레아 구에라 프라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베르사체 인수는 우리 그룹의 진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며, 새로운 차원을 더해주고 기존과는 다르면서도 보완적이다"라고 거래의 의의를 강조했다.
이탈리아 패션 그룹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
밀라노에 본사를 둔 프라다는 현재 억만장자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와 그의 남편인 파트리치오 베르텔리가 소유하고 있다. 프라다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140억 유로로, LVMH의 2,640억 유로에 비하면 상당히 작은 규모다. 이번 인수를 통해 프라다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여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베르사체는 1978년 잔니 베르사체가 설립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로, 화려하고 대담한 디자인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97년 잔니 베르사체의 사망 이후에는 그의 여동생인 도나텔라 베르사체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 브랜드를 이끌어왔다. 최근 도나텔라가 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베르사체는 미우미우 출신인 다리오 비탈레를 최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한 바 있다.
번스타인의 럭셔리 부문 애널리스트 루카 솔카는 "베르사체가 잘 알려진 브랜드여서 프라다와 상호보완적일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거래 완료 후 베르사체 브랜드 재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베르사체가 최근 몇 년간 브랜드 파워와 매출 면에서 다소 주춤했던 상황을 반영한 분석으로 보인다.
이번 베르사체 인수는 우리 그룹의 진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며, 새로운 차원을 더해주고 기존과는 다르면서도 보완적이다. - 안드레아 구에라 프라다 CEO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진행된 대규모 M&A.
이번 프라다의 베르사체 인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관세정책으로 글로벌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추진되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은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럭셔리 브랜드들의 미국 시장 진출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어려운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프라다는 적극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프라다는 지난해 특히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한 미우미우 브랜드의 매출 급증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공을 기반으로 인수합병(M&A) 공세에 나서게 되었고, 지난 수개월 동안 베르사체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지속해왔다. 프라다의 이번 움직임은 럭셔리 패션 시장에서 LVMH와 케링 같은 대형 그룹들이 주도하는 브랜드 통합 트렌드에 동참하는 의미도 갖는다.
한편, 베르사체의 모회사인 카프리홀딩스는 앞서 코치 모회사인 미국 태피스트리의 인수 제안에 합의했지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대로 해당 거래가 무산된 바 있다. 이번 프라다와의 거래는 카프리홀딩스가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남은 브랜드인 마이클 코어스와 지미 추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럭셔리 패션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가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프라다 그룹은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통해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할 수 있게 되고, 특히 베르사체의 화려한 디자인 DNA와 프라다의 세련된 미니멀리즘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여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생산 및 공급망 통합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