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상 이후 첫 작품, 산문집 '빛과 실'의 의미와 구성.
지난해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광을 안은 한국 작가 한강이 수상 이후 첫 신간을 선보인다.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는 16일 한강의 산문집 '빛과 실'을 오는 24일 출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172쪽 분량의 이 산문집은 노벨상 수상 이전부터 기획되어 온 '문지 에크리' 시리즈의 일환으로, 작가가 과거에 써두었던 원고와 함께 미발표 작품들을 새롭게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문집의 제목 '빛과 실'은 한강이 지난해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발표한 노벨 문학상 수상 강연문의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이번 책에는 해당 강연문이 공식적으로 처음 수록되는데, 이는 한국 문학사에 있어 중요한 기록물로 남게 될 전망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은 작가의 문학적 세계관과 철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텍스트로서 문학 연구자들과 독자들에게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번 산문집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한강이 기존에 공개하지 않았던 글들이 절반 정도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미발표 원고들과 함께 정원을 가꾸면서 쓴 일기, 그리고 시 작품들까지 총 10여 편의 다양한 글들이 담겼다. 지난해 '문학과사회' 가을호(147호)에 실렸던 시 '(고통에 대한 명상)'과 '북향 방' 두 편도 함께 수록되어, 소설가로 알려진 한강의 또 다른 문학적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강은 산문 '북향 정원'에서 "이 일이 나의 형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을 지난 삼 년 동안 서서히 감각해왔다. 이 작은 장소의 온화함이 침묵하며 나를 안아주는 동안. 매일, 매 순간, 매 계절 변화하는 빛의 리듬으로"라고 썼다. 이는 작가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움직임과 그것이 자신의 내면에 미치는 영향을 섬세하게 포착한 구절로, 한강 특유의 서정적이고 사색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 일이 나의 형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을 지난 삼 년 동안 서서히 감각해왔다. 이 작은 장소의 온화함이 침묵하며 나를 안아주는 동안. 매일, 매 순간, 매 계절 변화하는 빛의 리듬으로." - 한강, 산문 '북향 정원' 중
과거 산문집과의 연결성, 문학적 의미와 가치.
이번에 출간되는 '빛과 실'은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한강의 유일한 산문집이 될 전망이다. 한강은 과거 2007년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비채), 2009년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열림원)이라는 두 권의 산문집을 출간한 바 있으나, 현재는 모두 절판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산문집은 한강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텍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강의 산문은 그의 소설만큼이나 깊은 사유와 섬세한 감각이 돋보이는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특히 한강의 글쓰기는 언어와 이미지를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문제와 삶의 본질적인 측면들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문학적 가치가 높다. 이번 산문집에도 그러한 특징이 잘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문학평론가 김현진은 "한강의 산문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그의 소설 세계와 밀접하게 연결된 또 하나의 문학적 표현"이라며 "특히 노벨상 수상 이후 처음 선보이는 이번 산문집은 작가가 세계적 주목을 받는 시점에서 자신의 문학을 어떻게 성찰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출판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산문집은 특별한 예약 판매 없이 24일부터 전국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노벨상 수상 작가의 신간이라는 점에서 출간 즉시 높은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 문학계의 중요한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겨울 3부작' 완결과 향후 작품 활동 전망.
한편, 한강의 차기 소설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한강은 노벨 문학상 수상 전부터 '겨울 3부작'의 마지막 편을 경장편 분량으로 집필해 왔다고 알려져 있다. 이 3부작은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으로 시작되어, 2018년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한 '작별'로 이어졌다. 이제 마지막 편이 발표되면 연작소설로서의 완결된 형태를 갖추게 된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집필 마무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던 이 소설은 올 상반기 내 출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벨상 수상 이후 다양한 일정과 활동으로 인해 작업 속도가 다소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문학계에서는 한강의 '겨울 3부작' 완결편이 어떤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나게 될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강의 '겨울 3부작'은 그의 문학적 특징인 삶과 죽음, 상실과 애도, 기억과 트라우마 등의 주제를 겨울이라는 계절적 배경을 통해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들이다. 첫 번째 작품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은 심장 수술을 받은 소년의 이야기를, 두 번째 작품 '작별'은 죽은 아이의 영혼이 된 화자가 자신의 죽음을 목격한 남자를 응시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마지막 편에서는 이러한 주제들이 어떻게 집약되고 승화될지 주목된다.
문학평론가 이상경은 "한강의 '겨울 3부작'은 그의 문학 세계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 군으로, 마지막 편의 완성은 한국 현대문학사에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라며 "비록 출간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작가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 이후 글로벌 작가로서의 위상이 높아진 한강이 앞으로 어떤 문학적 여정을 이어갈지, 그리고 그것이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빛과 실'의 출간은 그 여정의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