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관광객 필수 방문지로 자리잡은 '올·다·무'.
지난 2년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패턴이 크게 변화했다. 특히 개별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MZ세대들 사이에서는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를 뜻하는 '올·다·무'가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잡았다. 이 중에서도 올리브영은 지난 2월 미국 LA에 현지 법인 'CJ Olive Young USA'를 설립하며 글로벌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에만 한국을 찾은 외국인 입국자 수는 600만 명에 달했으며, 이 중 약 400만 명이 올리브영을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즉,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7명은 올리브영을 방문한다는 계산이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올리브영의 2024년 연매출은 4조 8,000억 원으로 5조 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이런 관심은 학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은 올리브영을 직접 방문해 심층 조사한 후 『올리브영: 뷰티 혁신을 창출하다(Olive Young: Formulating Beauty Innovation)』라는 성공 사례집을 발간했다. 하버드 교수진은 이 교재에서 "'유통사는 상생 기반의 장기적 파트너십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이재현 회장의 리더십이 한국이 세계 4위의 뷰티 수출국이 된 요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K-뷰티 인큐베이터로 성장한 올리브영의 성공 비결.
올리브영의 성공 비결은 단순한 유통업체를 넘어 신생 브랜드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에 있다. 1999년 서울 신사동에 첫 드럭스토어를 오픈한 올리브영은 초창기부터 MD들이 전국을 누비며 마케팅 기회를 얻지 못한 숨은 코스메틱 브랜드를 발굴해 매장에 전시하고 판매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러한 상생 전략은 올리브영과 중소 브랜드 모두의 동반 성장을 이끌었다. 2024년 기준 올리브영의 매출 상위 10개 브랜드 중 9개가 중소 브랜드이며, 연 매출 100억 원 이상을 달성한 브랜드 중 중소 브랜드 비율은 61%에 달한다. 특히 스킨케어 브랜드인 토리든, 메디힐, 라운드랩은 매출이 1,000억 원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두었다.
"올리브영은 트렌디한 제품 큐레이션, 온오프라인 연계, 체험형 및 프리미엄 매장 등의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활용했으며, 특히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한 빠른 상품 출시와 트렌드를 선도하는 큐레이션이 핵심 경쟁력이 되었다."
성장세가 두드러진 올리브영은 2014년 417개였던 매장 수를 2024년 12월 말 기준 1,370여 개로 3배 이상 확대했고, 직원 수도 2022년 말 8,800명에서 2024년 말 1만 3,000명으로 증가시켰다. 이로 인해 올리브영은 한국의 '헬스앤뷰티(H&B)'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혁신적 큐레이션과 온오프라인 전략으로 글로벌 진출 가속화.
올리브영은 기존 유통업계의 관행을 깨는 혁신적인 큐레이션 전략을 구사했다. 브랜드별 진열이 아닌 스킨케어, 헤어, 마스크팩, 선크림 등 카테고리별로 제품을 전시해 소비자들이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한눈에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했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의 니즈를 SNS 피드를 통해 정확히 파악해 'K-뷰티 나우', '글로벌 핫이슈', '오늘의 특가' 등으로 별도 진열하는 전략을 통해 관심도를 높였다.
온오프라인 통합 전략도 올리브영 성공의 중요한 요소였다. 2019년에는 해외 150여 개국에서 K-뷰티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글로벌몰을 런칭했다. 2024년 말 기준 글로벌몰의 가입 회원 수는 246만 명에 달하며, 취급하는 상품도 약 1만 5,000여 종에 이른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귀국 후에도 K-뷰티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올리브영 글로벌몰' 가입을 유도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이를 통해 2024년에만 33만 명의 새로운 회원이 가입했다.
또한 올리브영은 새로운 시장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친환경, 비건 등을 다루는 '클린 뷰티(Clean Beauty)' 카테고리의 매출은 약 51% 성장했으며, 2023년부터 도입한 '먹는 화장품', '이너 뷰티(Inner Beauty)' 카테고리 역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뷰티 시장 미국 진출,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 시작.
올리브영은 지난 2월 미국 LA에 현지 법인 'CJ Olive Young USA'를 설립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뷰티 시장으로, 전 세계 명품 뷰티 브랜드부터 다양한 유통 체인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치열한 경쟁 환경이다.
미국에는 '세포라(Sephora)', '울타뷰티(Ulta Beauty)' 등 대형 뷰티 체인이 이미 확고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1990년 창업한 울타뷰티는 올리브영과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화장품 체인으로, 미국에만 약 1,500여 개, 캘리포니아에만 약 18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울타뷰티의 2023년 매출은 약 110억 달러(16조 1,000억 원)에 달한다.
올리브영은 우선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K-뷰티의 강점과 함께 그동안 중소 브랜드와의 상생을 통해 축적한 큐레이션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도 새로운 뷰티 트렌드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