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 주가조작의 실체: 민간 포럼에서 시작된 부실 MOU와 정권의 의문스러운 행보

SONOW / 20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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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조사, 2023년 5월 '폴란드 포럼'이 주가조작의 시작점.

금융당국이 파악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의 시작점이 2023년 5월 22~23일 열린 '폴란드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이하 폴란드 포럼)으로 확인됐다. 29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금융당국은 이 포럼을 기점으로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내세우며 인위적인 주가부양 작업을 본격화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부토건은 2023년 5월 22일 오전, 포럼 당일 자신들이 초청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보도자료에는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사업 규모 1200조원 추산'이라는 문구와 함께 "포럼에는 대한민국 정부, 국회, 지자체, 기관, 기업을 비롯해 국제기구, EU, NGO 등이 참여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전후 복구 및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일부 언론에서는 '1200조 잭팟 가능성'을 부각하며 삼부토건 관련 보도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초청됐다'는 표현은 명백히 사실과 달랐다. 금융당국 조사 결과, 이 포럼은 국내 민간 기업의 경우 1인당 100만 원의 참가비만 납부하면 누구든지 참석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포럼 개최 당시에는 이같은 참가비도 필요 없이 누구나 참석을 허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실한 MOU 양산하고 허위 보도자료 배포, 주가 부양 작업 시작.

금융당국 조사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초청됐다'고 허위 홍보를 한 뒤,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 정부·기업 측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이 MOU가 매우 급조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삼부토건 측은 사전 논의 없이 즉석에서 상대방이 수기로 MOU를 맺을 수 있는 양식을 유라시아경제인협회로부터 전달받아 준비했다고 한다.

폴란드 포럼에서 졸속으로 체결된 MOU는 총 4건. 그러나 이 MOU에는 '우크라이나 재건' 등의 단어는 등장하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포괄적인 협력을 위한 일반적인 내용만 MOU에 담겼으며, 다른 회사의 MOU에 비해 삼부토건의 MOU는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금융당국은 판단했다. 심지어 MOU 체결을 맺은 폴란드·우크라이나 기업은 건설사가 아닌 데다, 삼부토건이 체결한 MOU 4건의 내용은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폴란드 포럼 참가 초기부터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다수의 MOU 체결 지시는 결국 삼부토건 주가 상승을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급조된 MOU들은 과장과 허위가 가득한 보도자료로 탈바꿈되어 국내로 전달되면서 주가가 본격적으로 치솟는 계기가 됐다고 금융당국은 분석했다. 예를 들어, MOU에는 '양사가 동의하는 프로젝트 발굴 시 최선을 다해 프로젝트 관련 세부 사항 협의·협력'이라고 표현돼 있지만, 보도자료에는 "복구 사업이 가속화될 것", "재건 사업 규모를 더 확대할 것" 등으로 허위·과장된 내용들이 삽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내실 없는 MOU와 해외사업 역량 부재...직원도 "주가 상승 위한 행동".

금융당국 조사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정작 폴란드·우크라이나 정부·기업 측에서 구체적인 비즈니스 논의를 하자는 요청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우크라이나 도시 코노토프시(市) 측과 마리우폴시(市) 측은 삼부토건에 도시 재건 사업과 관련한 자료나 세부 프로젝트별 추진 계획 등을 송부했으나, 삼부토건은 좀처럼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심지어 코노토프시 측은 추가 협력을 위한 면담을 요청했으나, 삼부토건 측에서 거절했다고 한다.

당시 삼부토건에서 재건 관련 해외사업 담당자는 1명에 불과했으며, 재무적으로도 해외 재건사업에 뛰어들 상황이 아니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실제로 해외사업의 경우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2022년 초부터 정기보고서에 해외사업 부문의 철수를 공시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삼부토건이 거짓으로 홍보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2024년 사업계획서에 포함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삼부토건 직원 A씨는 금융당국의 조사에서 "해외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여러 곳과 MOU 체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수주할 수 있는 거래 상대방과 MOU를 체결해야 한다"며 "(상부에서는) 그것보다 다수의 상대방과 MOU 체결을 지시해, 정말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하고 싶은 의사가 있는지 의문스러웠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폴란드 포럼 참가 초기부터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다수의 MOU 체결 지시는 결국 삼부토건 주가 상승을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정권의 행보...윤석열·원희룡 등장 후 주가 급등.

주목해야 할 사실은 금융당국이 삼부토건의 주가조작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의심한 시점을 전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원희룡 전 장관이 차례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폴란드 포럼 하루 전날인 2023년 5월 21일, 윤 전 대통령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첫 정상회담을 했다. 이 회담에서 윤 전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외교적, 경제적, 인도적 지원을 포함해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원희룡 전 장관은 폴란드 포럼에 직접 참석해 "(우크라이나) 재건과 복구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한국은 좋은 파트너로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부 인사들의 행보는 삼부토건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에 대한 신뢰를 더해주는 역할을 했다.

이 시점을 기점으로 삼부토건 주가는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원 전 장관이 폴란드 포럼에 참석한 5월 22일 삼부토건의 주가는 전일 대비 29.97% 올라 1496원에 장을 마쳤다. 그리고 다음날에도 29.95%가 다시 상승했으며, 24일에도 큰 상승폭을 유지하며 종가 2115원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의 계좌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단체대화방에 "내일 삼부 체크하고"라는 메시지를 남긴 시점이 5월 14일이라는 사실이다. 1천원대 초반이었던 주가가 약 일주일 만에 두 배 이상 상승한 놀라운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SONOW / 20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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