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지식산업센터, 적막감 감도는 '유령 공간'으로 전락.
"워낙 경기가 안 좋으니 입주 업종을 늘려도 들어오려는 곳이 없습니다." 28일 오전 10시,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한 지식산업센터 16층 복도는 비상등만 어둑하게 켜진 채 적막감이 감돌았다. 10여 개의 사무실 출입문은 모두 굳게 닫혀 있었고, 이 건물에만 비슷한 상태의 층이 여러 곳 있었다. 대규모 시설이지만 비어 있는 공간이 많다 보니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 마치 폐건물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같은 날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송도AT센터도 유사한 상황이었다. 2022년 완공 이후 분양과 입주가 진행되었지만, 1층 상가와 사무실 곳곳이 여전히 비어 있는 모습이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계약금을 받지 않는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곳도 많은데 문의조차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인천의 지식산업센터 30% 이상은 비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천의 지식산업센터들이 입주 기업 없이 텅 빈 채 '유령 센터'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아파트나 상가와 달리 지식산업센터는 공실률 등의 공식적인 통계 지표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어 정확한 현황 파악마저 어렵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공실 문제 해결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우후죽순 늘어난 지식산업센터, 과잉 공급으로 공실 문제 심화.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중소·벤처기업 사무실이나 소규모 공장이 입주할 수 있도록 지어진 집합 건축물인 지식산업센터는 인천에 총 81곳이 운영 중이다. 이들은 주로 남동산단과 부평·주안산단에 집중되어 있으며, 지역별로는 남동구에 31곳으로 가장 많고, 서구가 26곳, 부평구가 10곳 등의 분포를 보인다.
지식산업센터가 급증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 제한을 받지 않고, 분양가나 매입 가격의 약 80%까지 대출이 가능한 제도적 혜택이 있었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지난 10년 사이 지식산업센터는 우후죽순 증가했고, 결국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발생하여 공실 문제가 심각해졌다.
이미 수요를 감안하지 않고 공급을 너무 많이 한 데다가,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공실 문제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아파트 미분양을 관리하듯이 지식산업센터도 미분양, 공실 현황 등을 파악해 공급 조절에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24년 2월과 7월, 잇따라 관련법 개정을 통해 지식산업센터 입주 가능 업종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경기 악화가 지속되면서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입주하려는 기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경매 건수 증가, 낙찰률 하락...악화되는 지식산업센터 시장.
최근에는 지식산업센터의 사무실이 경매에 넘어가는 사례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의 분석 결과, 지난 2024년 기준 인천의 지식산업센터 경매 건수는 166건에 달했으며, 이 중 59건(35%)만이 낙찰되었다. 이는 3년 전 경매에 나온 113건 중 53건(47%)이 낙찰된 것과 비교하면, 경매로 나오는 물건은 증가했지만 실제 구매자는 오히려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현장에서는 지식산업센터 분양 시장의 악화가 더욱 뚜렷하게 체감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의 한 지식산업센터는 준공 후 몇 년이 지났음에도 1층 상가의 절반 이상이 비어 있고, 상층부 사무실도 공실이 많아 건물 전체가 활기를 잃은 모습이다. 임대 안내문과 프로모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지만, 임차인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각 건물에 대한 호실 수, 입주 기업 수 등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아 공실률이나 미분양 현황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표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는 정책적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 의견과 관계 기관의 대응...체계적 관리 방안 시급.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현재의 지식산업센터 공실 문제에 대해 "이미 수요를 감안하지 않고 공급을 너무 많이 한 데다가,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공실 문제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아파트 미분양을 관리하듯이 지식산업센터도 미분양, 공실 현황 등을 파악해 공급 조절에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 인식에 대해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대부분 민간이 분양을 하기에 공실률 등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공실 등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이나 시행 계획은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식산업센터의 공실 문제 해결을 위해 ▲공실률 및 미분양 현황에 대한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 ▲신규 공급 물량 조절 ▲기존 시설에 대한 용도 전환 및 리모델링 지원 ▲입주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현재와 같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는 공급 과잉을 억제하고 기존 시설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