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SNS 마케팅이 불러온 피스타치오 품귀 현상
UAE 브랜드 '픽스(Fix)'의 초콜릿이 세계 식품 시장에 새로운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짙은 녹색의 피스타치오 크림과 전통 중동 디저트인 카다이프를 벨기에 초콜릿으로 감싼 이 제품은 틱톡(TikTok)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관련 틱톡 영상은 누적 조회수 1억 2000만 회를 돌파하며 '두바이 초콜릿' 열풍의 시작점이 되었다.
이 현상은 단순한 식품 트렌드를 넘어 글로벌 농산물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핵심 원재료인 피스타치오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으나, 주요 생산지인 미국의 생산량은 오히려 1년 사이 25% 감소했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전 세계적인 피스타치오 품귀 현상으로 이어졌다.
SNS를 통한 마케팅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두바이 초콜릿의 특징적인 연한 녹색 크림이 흘러나오는 모습이 '만족스러운 영상(satisfying content)'으로 분류되며 전 세계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는 전통적인 마케팅 방식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도달했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높은 전환율을 보였다.
사치품이 된 피스타치오, 가격 폭등 현실화
두바이 초콜릿 열풍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나타났다. 피스타치오 커널 가격은 파운드당 7.65달러에서 10.3달러로 34.6% 급등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피스타치오 나무가 성장하여 상업적 수확이 가능해지기까지는 최소 5년에서 7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간 내 공급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위스의 유명 초콜릿 브랜드 린트(Lindt)는 시장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여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을 출시했다. 영국에서는 이 제품이 일반 초콜릿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으며, 일부 매장에서는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할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이다.
"우리는 현재 전 세계적인 피스타치오 수급 불균형 상태에 직면해 있습니다. 수요는 폭증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죠. 이러한 불균형은 최소 2~3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글로벌 식품 시장 분석가
농산물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요 증가가 단기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피스타치오에 대한 소비자 인식 자체를 변화시켰다고 분석한다. 과거 견과류의 하나로 인식되던 피스타치오가 이제 프리미엄 식재료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국내 시장 반응, 편의점부터 대형마트까지
한국 시장에서도 두바이 초콜릿 열풍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대표적인 사례로 편의점 CU에서는 두바이 초콜릿 스타일 제품 출시 6개월 만에 200억 원어치가 판매되었다. 이는 단일 상품 기준 최단 기간 매출 기록을 세운 것으로,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증명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반응이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CU에서 해당 초콜릿을 대량 구매하는 현상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2025년 1월부터 3월까지 CU의 택스 리펀드 이용 매출에서 2위 품목으로 기록되었다. 이는 한류와 결합한 K-푸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이러한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마트의 프리미엄 자체 브랜드 '피코크'는 '피스타치오 초코볼'을 출시하여 전년 대비 10% 이상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GS더프레시에서도 피스타치오 원재료 판매량이 평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관련 식재료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늘어났다.
피스타치오 열풍의 미래, 식품 산업 재편 가능성
두바이 초콜릿으로 시작된 피스타치오 열풍은 단순한 식품 트렌드를 넘어 글로벌 식품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SNS를 통한 제품 바이럴 마케팅의 파급력과 국제 농산물 시장의 연결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식품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향후 2~3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피스타치오를 활용한 다양한 파생 제품들이 계속해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제과, 제빵, 음료 등 다양한 식품 카테고리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주목할 점은 농산물 재배 지역의 변화 가능성이다. 현재 피스타치오는 미국, 이란, 터키 등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으나, 수요 증가에 따라 새로운 재배 지역이 개발될 수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도 피스타치오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농업 기술 개발에도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