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으로 급증하는 크루즈 관광객, 보안 체계는 미비.
최근 중국인 크루즈 여행객의 무비자 입국 허용 정책이 시행되면서 부산항을 통해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에만 약 40만 명의 크루즈 관광객이 부산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을 맞이할 항만 보안 시스템은 심각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입국 과정에서의 수하물 검사 부재와, 출국 시 검색 장비와 인력 부족 문제가 관광객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동시에 국가 안보에도 위협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입항하는 크루즈 선박의 승객들은 하선 후 출입국 심사를 받고 육상을 밟기까지 불과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쉽고 간단한 통관 절차가 크루즈 여행의 장점으로 꼽히지만, 이 과정에서 승객들의 크고 작은 가방은 최소한의 검사도 거치지 않고 있다. 이는 마약류와 같은 불법 물품이 국내로 반입되더라도 이를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최근 관광객의 국내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도입된 간소화된 출입국 절차다. 관계 당국 직원이 미리 배에 탑승해 검사를 진행한 후 하선할 때 출입국 심사를 생략하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도 수하물에 대한 철저한 검사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짐을 모두 검사하지는 않는다. 부산에 하선하는 승객들은 대부분 반나절 정도 관광하기 때문에 간단한 핸드백 정도만 들고 내린다"며 현 상황을 설명했다.
엑스레이 판독기 부족, 직원 인력 태부족으로 출국 심사 지연 극심.
입국 과정의 보안 허점과는 대조적으로, 출국 시에는 수하물 검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 역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부족한 검색 장비와 인력으로 인해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승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실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으며, 일부 승객들은 "2층도 꽉 찼고, 3층도 꽉 찼다. 오늘 배를 못 타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제여객터미널에는 엑스레이 판독기가 단 2대, 영도크루즈터미널에는 1대만 설치되어 있어 대규모 크루즈 관광객을 효율적으로 검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부산항보안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제대로 된 엑스레이 판독 작업을 위해서는 1대당 5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입구까지 승객들이 늘어서서 빨리 입장을 못하다 보니 민원도 많이 들어온다. 엑스레이 1대당 5명 이상이 근무해야 하는데, 어제만 해도 3명이 근무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력 부족 현상은 보안 검색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된다. 충분한 인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승객을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압박은 검색의 정확성과 철저함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광 성수기나 여러 크루즈 선박이 동시에 입항하는 경우,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입구까지 승객들이 늘어서서 빨리 입장을 못하다보니까 민원도 많이 들어오고요. 엑스레이 1대당 5명 이상 근무를 해야하는데, 어제만 해도 3명이서 근무를 했거든요.
40만 관광객 맞이할 인프라 확충과 안전 강화 대책 마련 시급.
부산을 찾는 크루즈 관광객이 올해 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의 부족한 인프라와 보안 시스템으로는 이들을 효율적으로 맞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중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과 같은 관광 활성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관광객 수는 급증하고 있지만, 이에 맞는 보안 체계 강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크루즈 관광은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관광객 한 명당 소비액이 일반 관광객보다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이점만을 고려한 나머지 안전과 보안에 대한 투자가 소홀해진다면, 장기적으로는 관광산업 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광객의 불편함과 불만은 재방문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보안 허점으로 인한 사건·사고 발생 시 국가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여 크루즈 터미널의 보안 인프라 확충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엑스레이 판독기를 비롯한 검색 장비의 추가 도입과 함께 전문 인력 채용 및 교육도 시급하다. 또한 입국 시에도 효율적이면서도 철저한 수하물 검사 시스템을 구축해 안전과 편의를 동시에 확보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