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드스트라이크부터 둔덕 충돌까지,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의 경과.
지난해 12월 29일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100일을 넘겼다. 이 참사는 항공기가 착륙 과정에서 버드스트라이크(조류충돌) 발생 후 양쪽 엔진 동력이 상실되는 '투 엔진 페일' 상황이 벌어지면서 비상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항공기는 동체착륙 과정에서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못했고, 결국 활주로 남쪽 끝부분으로부터 270m 떨어진 위치에 설치된 콘크리트 기초의 로컬라이저 둔덕(흙더미)에 부딪히면서 크게 파손되었다.
국내외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당시 사고 영상을 분석한 결과 "동체착륙은 너무나 완벽했다"고 평가했다. 조종사들이 비상상황에서 가능한 최선의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사고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콘크리트 기초의 로컬라이저 둔덕'을 지목했다. 활주로 끝부분에 설치된 이 구조물이 항공기와 충돌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지 조사된 내용에 따르면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해 항공기 양쪽 엔진의 동력이 상실되고 전자계통까지 문제가 생겨 블랙박스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사고 직전 약 4분 전부터 항공기 내에서 나눈 대화 등 조종석 음성 기록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블랙박스가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항공기 조종사와 관제탑 사이의 교신 기록이 사고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 조사가 진행 중인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국토교통부는 이 교신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참사 유족들과 법률지원단 측은 교신기록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국토부는 여전히 이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한 의혹과 억측이 지속적으로 증폭되고 있다.
부분적으로 공개된 교신기록, 결정적 순간의 대화 내용 누락.
현재까지 무안공항 제주항공 사고와 관련하여 공개된 교신 기록은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일부만 전해진 상태다. 그마저도 2~3분 정도의 분량에 불과하며, 음성파일 자체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부분적인 교신 기록을 통해서도 사고 직전 상황의 일부를 파악할 수 있지만,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핵심 내용이 충분히 담겨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개된 교신 기록에 따르면, 제주항공 여객기는 오전 8시 58분 56초에 버드스트라이크가 발생했음을 관제탑에 보고했다. 이후 조종사는 고어라운드(착륙을 포기하고 재이륙·복행)를 통보했고, 관제탑은 이를 승인하며 고도를 5,000피트까지 높일 것을 지시했다. 관제사는 항공기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와 착륙이 가능한지를 물었고, 조종사는 다시 착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언에이블(착륙 불가능)"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오전 9시 00분 21초, 조종사는 관제탑에 "라이트 턴, 런웨이 01 착륙(오른쪽으로 선회해 활주로 01 방향으로 착륙) 허가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는 오른쪽으로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예정된 활주로 남쪽(01)에서 북쪽(19) 방향으로 착륙하겠다는 의미였다. 관제탑은 '라이트 턴'이 맞는지 재확인했고, 조종사는 이를 확인했다.
이후 핵심적인 변화가 발생했다. 관제탑에서는 갑자기 조종사가 요청한 활주로 01(남쪽) 방면 착륙이 아닌, 활주로 19(북쪽)에서 남쪽으로의 착륙을 제안했고 조종사는 이를 준비했다. 관제탑은 "런웨이 19, 바람 없고, 착륙허가"라며 착륙을 허가했고, 항공기는 해당 활주로로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에 부딪혀 참사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결정적인 순간에 왜 관제탑이 갑자기 착륙 방향을 변경했는지,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동체착륙은 너무나 완벽했다. 그러나 사고 규모를 키운 원인은 '콘크리트 기초의 로컬라이저 둔덕'이었다.
해외와 다른 비공개 방침, 교신기록 공개로 투명한 조사 필요성.
무안공항 참사의 교신기록 비공개는 유사한 항공 사고에 대한 해외 항공당국의 대응과 크게 대비된다. 일본과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는 항공기 사고 발생 직후 조종사와 관제탑 간의 교신 기록을 신속하게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이는 사고 원인 규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억측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지난해 1월 2일 일본 하네다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일본항공(JAL) 항공기와 해상보안청 항공기의 충돌 사고 당시, 일본 국토교통성은 조종사와 관제사의 교신 기록을 즉각 공개했다. 또한 올해 1월 29일 미국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 공항 근처에서 아메리칸항공(AA) 여객기와 미 육군 헬리콥터가 공중 충돌한 사고에서도 미 당국은 기장과 관제탑 간의 교신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 참사와 관련된 교신기록을 계속해서 비공개로 유지하고 있다. 국토부가 이를 공개하지 않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비공개 방침은 사고 조사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교신 기록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사고 직전 상황에 대한 다양한 추측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항공 안전 전문가들은 교신 기록 공개가 단순히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유사한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중요한 교훈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교신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이를 분석하여 관제 시스템과 비상 대응 매뉴얼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블랙박스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교신 기록은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로, 그 공개 필요성이 더욱 크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