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안전망 '골드바' 열풍: 1분기 판매량 2024년 총액 초과, 온스당 3300달러 돌파

SONOW / 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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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값 고공행진과 역대 최고가 경신 행진.

국제 금값이 온스당 3300달러를 돌파하며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3355.10달러까지 치솟으며 또 다시 신기록을 세웠다. 이는 불과 5일 전인 11일 온스당 3200달러를 넘어선 이후 빠른 속도로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금 현물 가격 역시 같은 날 장중 온스당 3350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러한 금값 상승은 미국의 관세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안전자산으로서 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전통적으로 달러와 금값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미 동부 기준 이날 오후 3시 전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미국 달러 지수는 전장보다 0.82% 하락한 99.40선을 기록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전쟁으로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국내 금 시장도 이러한 국제 흐름에 맞춰 강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기준 순금 한 돈(3.75g) 가격은 65만6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한 달간 8.42% 상승한 수치이며, 전년 동월 대비로는 무려 57%나 급등한 가격이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국내 5대 은행 골드바 판매 폭증, 2024년 전체 판매액 초과.

금값 상승과 함께 국내 시중은행의 골드바 판매 역시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17일 세계일보가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골드바 판매 현황을 취합한 결과, 전날까지 총 1742억원어치의 골드바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점은 올해가 아직 1분기를 조금 지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난해 전체 판매액인 1654억원을 88억원이나 초과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판매량 증가는 더욱 의미가 있다. 지난 2월에는 폭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시중은행에서 한 달 가까이 골드바 판매가 중단되는 품귀 현상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3개월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지난해 판매액을 넘어선 것이다. 일부 은행의 경우 올해 들어 전날까지의 판매액이 지난해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 추이를 보면, 2022년 743억원에서 2023년 655억원으로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1654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판매량이 1분기와 같은 페이스로 유지되지 않더라도 지난해 대비 최소 2배 이상은 쉽게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경제 불확실성 시대에 안전자산으로서 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얼마나 크게 증가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달러마저 신뢰를 잃자 금이 안전자산으로서 가장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차익 실현 욕구 증가와 전문가들의 향후 금값 전망.

금값이 지속적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차익실현용 고금 매입 규모는 75억원이었으나, 이달 들어 지난 16일 기준 18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이달 말에는 350억원을 넘어 전월 대비 5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금거래소 송종길 대표는 "골드바 품귀 현상이 벌어졌던 2월까지만 해도 고금 매입이 저조했다"면서 "미국 관세전쟁 여파로 금값이 계속 오르고 있지만, 이제 어느 정도 고점에 올라와 있다는 판단에 이달 들어 차익실현 욕구가 분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익실현 매물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금값 상승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금값의 지속적인 상승을 예측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금 선물 가격 전망치를 종전 온스당 3300달러에서 3700달러로 상향 조정했으며, 내년 중반에는 4000달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 역시 금값이 올해 말까지 3500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꾸준히 금을 매입하고 있는 점도 금값 상승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국내 부자들의 투자 성향도 금으로 기울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2025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들은 올해 투자 비중을 늘릴 자산으로 예금에 이어 금을 꼽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트럼프 트레이드' 최고의 자산은 금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금 투자 전략과 포트폴리오 내 적정 비중 고려.

금값의 지속적인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금의 적정 비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신한PWM서울파이낸스센터 이성빈 PB팀장은 "올해처럼 증시가 불안정할 때 금에 투자했다면 안전자산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금은 과거 5년~10년간 가격이 횡보하던 때도 있었던 만큼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자산과 더불어 대체자산으로서 적정 비중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의 금값 급등은 글로벌 무역 갈등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어,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는 과도한 집중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다. 금 투자는 인플레이션 헤지와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효과적이지만, 금은 배당이나 이자와 같은 정기적인 수익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금 투자 시 실물 골드바 외에도 금 ETF나 금광주, 금 펀드 등 다양한 투자 수단이 있어 투자자의 목적과 성향에 맞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금값 상승으로 인한 수익률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급격한 가격 변동성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 투자 시점과 비중 조절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SONOW / 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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