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장애인시설 20-30대 사망자 급증, 의료 방치 의혹 제기.
울산 최대 규모의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A시설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장애인 사망자의 절반이 20~30대 젊은 층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울산시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A시설에서는 총 16명의 장애인이 사망했으며, 이 중 8명이 20~30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는 40대가 7명, 50대 이상은 단 1명에 불과했다.
특히 우려를 자아내는 점은 사망 원인의 패턴이다. 16명의 사망자 중 5명이 폐렴으로 사망했으며, 20~30대 사망자 중에서는 절반인 4명이 폐렴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었다. 이 외에도 위막성 장염, 영양결핍증, 심폐기능정지, 다발성장기부전증, 간암, 고나트륨혈증 등 다양한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보고되었다. 이러한 사망 원인은 대부분 조기 발견과 적절한 의료 개입이 있었다면 예방 가능했던 질환들이라는 점에서 시설 내 의료 관리 체계의 부실함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A시설은 직원 80여 명, 입소자 정원 185명 규모로 운영되는 울산 최대 규모의 중증장애인 거주시설로, 40년 가까이 운영되어 왔다. 시설 측은 "환자가 발생하면 진료 및 치료 등 절차에 따라 한다"고 해명했으나, 장애인 단체들은 사망자 수와 사망 패턴이 정상적인 의료 지원과 건강 관리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현대 의료 환경에서 폐렴 등 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이처럼 젊은 장애인들의 사망이 속출한 것은 심각한 의료 방치가 있었음을 시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직원들의 조직적 폭행과 학대, 충격적인 인권 침해 실태.
A시설의 의료 관리 부실 의혹은 최근 발생한 충격적인 장애인 학대 사건과 맞물려 더욱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10~11월, 이 시설에서는 생활지도원 20여 명이 중증 지적장애인 29명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한 사실이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폭행의 정도는 매우 심각해 일부 장애인은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입소 장애인들에게 의도적으로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등 정서적 학대 행위도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시설 내부 고발로 인해 알려지게 되었으며, 경찰은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생활지도원 16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4명을 구속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학대 행위는 일회성이 아닌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 지적장애인들로, 자신들이 겪은 학대를 외부에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충격적인 학대 사건이 공개된 후 A시설은 "상처받은 모든 분들에게 깊이 사죄한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단순히 몇몇 직원들의 일탈 행위가 아닌 시설 전반의 인권 의식 부재와 시스템적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발목 골절 상태로 방치되어 영구 장해 판정을 받은 퇴소자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A시설의 인권 침해 문제가 광범위하게 존재해왔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폭행으로 갈비뼈가 부러진 장애인도 있다. 입소자들에게 일부러 밥을 주지 않는 등 정서적 학대도 있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생활지도원 16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4명을 구속했다.
장애인 단체의 강력 대응과 정부 차원의 전국 시설 실태조사 돌입.
이번 울산 A시설의 학대 및 사망자 속출 사태는 장애인 사회와 시민단체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를 중심으로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참사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달 출범했다. 이들은 학대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과 시설 운영법인에 대한 행정처분 및 특별감찰, 그리고 거주인들의 자립 생활 지원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이틀 앞둔 4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앞에서 A시설에서 사망한 장애인들을 애도하는 '인권참사 희생자 추모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박주석 전장연 정책국장은 "위생이나 의료체계가 발전하면서 폐렴 사망이 줄어든 추세에도 사망자가 속출한 건 거주시설에서 방임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장애인 단체들의 강력한 요구에 정부도 적극적인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학대 사건을 계기로 전국 50인 이상 거주시설 109개소를 대상으로 4~5월 중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충남 천안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을 방문해 "최근 울산에서 장애인 학대 사건 등에 대해 국민과 장애인분들께 송구하다"며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서미화 의원은 "복지부의 전수조사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되지 않도록 면밀한 학대 조사를 통한 재발방지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대규모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건강, 위생 등 전방위적 조사까지 이뤄져 지원체계 전반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장애인 거주시설의 인권 상황과 의료 지원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이 마련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