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평가된 카카오엔터, 실제 기업가치는 하이브보다 낮아.
카카오가 주력 자회사로 꼽히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 측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매각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매각가는 11조원대로, 이는 2023년 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이 투자했을 당시 인정받았던 기업가치 수준이다.
그러나 증권가 전문가들은 카카오엔터의 실제 기업가치가 이보다 훨씬 낮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하이브와의 단순 비교만 봐도 이러한 평가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해 매출 2조2557억원, 영업이익 1840억원을 기록했으며, 현재 시가총액은 9조2000억원 수준이다. 반면 카카오엔터는 하이브보다 매출이 4429억원, 영업이익은 1034억원 뒤처지는 성적을 보였음에도 11조원이라는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던 셈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엔터 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강력한 IP를 보유했느냐에 달려있다"며 "카카오엔터가 SM엔터 인수로 IP를 보강했지만, BTS를 보유한 하이브에 비해 IP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평가는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 하락 원인을 명확히 보여준다.
증권사들이 추정하는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도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대신증권과 신한증권은 여전히 11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3조4200억원으로 가장 낮게 평가하고 있어 시장의 혼란이 드러나고 있다.
실제 기업가치 산출해보니 6조원 수준, 73배 고평가됐던 국부펀드 투자.
투자업계에서 실제 사용하는 기업가치 산정 방식을 적용해 카카오엔터의 가치를 분석한 결과, 약 6조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는 하이브가 상장 당시 활용했던 EV/EBITDA 방식을 사용한 결과다. 기업가치(EV)는 EBITDA(영업이익+상각비)에 적정 배수를 곱해 산출하는데, 하이브와 동종 업계 기업들의 평균 배수인 32.82배를 적용했다.
카카오엔터의 2024년 말 기준 EBITDA는 1806억원으로, 여기에 32.82배를 곱하면 기업가치는 5조9272억원으로 계산된다. 여기서 회사의 순차입금 7270억원을 차감하면 5조2002억원이 실제 거래가격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카카오가 보유한 지분은 66%로, 순수하게 매각으로 얻을 수 있는 현금은 이론적으로 3조4300억원 수준이다. 물론 경영권 프리미엄이 추가될 수 있어 실제 거래가격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IM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를 11조3000억원으로 평가할 경우 EBITDA 대비 73배에 해당한다. 이는 웹툰 관련 비교기업 중에서도 가장 높은 배수로, 당시 IPO로 고평가됐던 네이버 자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60배)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분석은 카카오엔터가 국부펀드 투자 당시 과도하게 고평가됐음을 시사한다.
카카오엔터는 초기 웹툰, 웹소설 등 디지털 콘텐츠 사업으로 시작해 연예 기획사(SM엔터, 스타쉽, BH엔터), 영화 제작사, 광고 제작사 등을 인수하며 외형을 확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확장이 실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현재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 관계자는 "카카오는 IT 회사로 시작한 곳이라 콘텐츠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며 "연예 기획사, 제작사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해 외형적인 확장에 집중했지만 경기 둔화로 인수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의 AI 중심 사업 재편과 자금 확보 전략.
카카오가 카카오엔터 매각을 검토하게 된 배경에는 사업 환경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카카오엔터는 그룹 내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았으나, 국내 소비 침체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예상보다 성장이 더뎠다. 콘텐츠 사업은 소비가 뒷받침되어야 성장할 수 있는데,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못한 것이다.
또한 AI 시대의 도래는 카카오에게 새로운 도전과제로 떠올랐다. IT 기반 기업인 카카오에게 AI는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경쟁사 대비 투자가 늦어지면서 후발주자로 전락했다.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최소 수조원의 자금 투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카카오엔터 매각 자금을 AI 투자에 활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시세 조종 혐의와 같은 잡음도 매각 검토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구속되는 일까지 있었던 상황에서, 연이은 쪼개기 상장으로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IPO를 추진하는 것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매각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를 11조원으로 평가하고 투자한 사우디, 싱가포르 국부펀드는 이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각이 이루어질 경우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카카오엔터를 인수할 만한 국내 기업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매각 과정에서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