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신기록 갱신하는 금값, 매도세로 거래 흐름 바뀌어.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금의 가격이 연일 역사적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국제 금 시세는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3,000달러선을 돌파한 이후에도 계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내 금 시장에서도 한 돈(3.75g)당 65만원이라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시장에서는 금을 구매하려는 사람보다 오히려 팔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17일 서울의 한 금 거래소를 찾은 고객들 중 약 70%, 즉 10명 중 7명꼴로 금을 매도하려는 사람들이었다. 이는 금값이 충분히 올랐다고 판단해 차익 실현에 나서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수원시에 사는 정상현 씨는 "딸이 생일 선물로 준 금을 팔러 왔다"며 "금값이 많이 올랐다고 해서 지금 팔고, 다음에 좀 떨어지면 또 살 생각으로 매도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점에 팔아 차익을 실현하자'는 심리가 매도세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금 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4월 중순까지 지난달 한 달 치보다 두 배 넘게 금을 매입했다고 한다. 지난 2월 전까지만 해도 골드바가 품절되는 현상이 발생할 정도로 매수세가 강했으나, 최근에는 매도세로 거래 흐름이 바뀐 것이다.
코스피와 S&P500 보다 높은 수익률... "불확실성 클수록 금 투자 선호".
금값의 상승세는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다. 최근 10년간 금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쉬지 않고 상승해왔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같은 기간 코스피는 물론이고, 역사적 강세장이라 불리는 미국 S&P500 지수보다도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믿을 건 금뿐'이라는 투자 심리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갈등,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등 여러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증가했다. 중앙은행들도 달러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금 매입을 늘리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 가격 상승은 다른 귀금속 시장까지 활성화시키고 있다. 한국금거래소 송종길 대표는 "최근에는 금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는 실버바(은괴)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귀금속 전반에 걸친 투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금거래소 송종길 대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는 실버바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해지는 금 투자 방식... 골드뱅킹 잔액 첫 1조원 돌파.
현물 금에 대한 수요 증가와 더불어 금 투자 방식도 다양화되고 있다. 실물 금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 외에도, 은행에서 제공하는 골드뱅킹 서비스를 통해 금에 투자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 골드뱅킹은 금을 실물로 보유하지 않고도 금 시세에 연동된 투자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최근 그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골드뱅킹의 장점은 실물 금을 보관할 필요가 없고, 소액으로도 금 투자가 가능하며, 매매가 간편하다는 점이다. 또한 은행을 통해 거래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인식이 있어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금 ETF(상장지수펀드)도 금 투자의 또 다른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 금 ETF 상품들은 최근 순자산가치가 크게 상승하고 있으며, 자금 유입도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금 투자 방식이 다양화되면서 더 많은 투자자들이 쉽게 금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미 역사적 고점을 계속 경신하고 있어 단기적인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투자자들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