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인 체제 겨우 채웠다 다시 7인으로... 헌재 구성 공백 장기화 우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18일 임기를 마무리하고 퇴임함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7인 체제로 전환된다. 지난 9일 마은혁 재판관이 우여곡절 끝에 임기를 시작하며 약 반년 만에 9인 체제를 갖추었으나, 불과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공석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번 7인 체제 전환은 2017년 3월 이정미 당시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면서 7인 체제가 된 이후 약 8년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사항을 심판하는 헌법기관으로, 본래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어야 하지만, 재판관 임명 절차의 지연으로 인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최근 한덕수 권한대행이 지명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제동을 건 만큼, 새 대통령이 선출되어 후보자를 다시 지명할 때까지 공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헌재의 판결 지연과 함께 헌법기관으로서의 역할 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3명, 국회가 3명,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로, 이번에 퇴임하는 문형배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은 각각 대법원장 지명과 국회 지명 몫이었다. 이들의 후임 임명이 지연되면서 헌재의 공백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7인 체제로도 심리·선고 가능하나 주요 결정에 제약... 심판 지연 불가피.
헌법재판소는 7인 체제로도 사건 결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재판관 7명만으로도 사건 심리와 선고 모두 가능하다. 가처분 등 대부분의 사건은 재판관 과반 찬성만으로도 결정이 가능하기에 일상적인 사건 처리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헌법소원과 탄핵심판 등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주요 사건에 있어서는 7인 체제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헌법소원이나 법률의 위헌 결정, 탄핵심판 등 중요 사안은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7인 체제에서는 단 두 명의 반대만으로도 결정이 불가능해진다.
7명이 만장일치로 결정을 하거나 9인 체제의 기각 기준인 4인 이상의 반대가 있는 사건이면 문제가 없지만, 5대 2나 4대 3 등 9인 체제였다면 결론이 뒤바뀔 수 있는 경우에는 결정을 미룰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우려다. 특히 현재 헌재에 계류 중인 중요 사건들의 경우, 이념적 성향에 따라 의견이 갈릴 가능성이 있어 결정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9인 체제를 전제로 하는 헌법재판소가 장기간 7인 체제로 운영될 경우, 헌법적 사안에 대한 결정이 지연되거나 왜곡될 위험이 있다"며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일수록 재판관들의 성향에 따라 결정이 좌우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헌재 이념지형 '중도 3, 보수 2, 진보 2' 구도... 김형두 재판관이 새 권한대행 유력.
전문가들은 현재 헌법재판소의 이념지형이 중도 성향 3명, 보수 성향 2명, 진보 성향 2명의 구도로 형성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이념적 균형은 특정 사안에 대한 판단이 재판관의 이념 성향에 따라 갈릴 경우, 다수결 원칙에 따른 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헌법소원이나 법률 위헌 심판의 경우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므로, 단 2명의 재판관이 반대 의견을 내더라도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중요 결정이 소수의 재판관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문형배 소장 대행 퇴임 이후 새로운 권한대행을 재판관 회의로 결정할 예정인데, 선임 재판관인 김형두 재판관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두 재판관은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재판관으로, 2024년 10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의 7인 체제가 장기화될 경우, 헌법질서 유지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핵심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와 정부는 헌법재판관 공백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한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