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최대 적자에도 배당 잔치 계속된 새마을금고.
지난해 1조7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새마을금고가 출자자들에게 약 28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국 1276개 새마을금고의 평균 출자배당률 2.6%를 적용한 금액으로, 작년 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출자금 총액 11조300억원에서 계산된 수치다.
이번 배당률은 2022년 4.9%, 2023년 4.4%에 비하면 하락한 수치지만, 문제는 작년 새마을금고의 경영 상황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었다는 점이다. 전체 1276개 새마을금고 중 772곳이 적자를 기록했으며, 총 1조7382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적자 금고 중 절반 이상이 출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새마을금고는 이미 2023년에도 당기순이익(880억원)의 다섯 배가 넘는 약 48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해 '배당 잔치'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배당은 금융기관으로서의 건전성에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부실 금고도 수억원대 배당금 지급, 행안부 감독 부실 지적.
더욱 충격적인 것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부실 금고들도 대규모 배당을 실시했다는 점이다. 경기 지역의 A금고는 작년 19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자자들에게 18억원(배당률 3.0%)을 배당했다. 또한 지난해 경영개선 권고를 받은 전북 B금고는 출자자에게 2억5000만원(배당률 2.0%)을 배당했는데, 이 금고의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은 28.87%에 달했다.
배당률 구간별로 살펴보면, 작년 출자자에게 배당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은 단위 금고는 329곳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0% 초과 2% 이하 113곳, 2% 초과 4% 이하 674곳, 4% 초과 6% 이하 147곳, 6% 초과 13곳 등으로 대부분 배당을 실시했다. 적자를 기록한 772개 금고 중 상당수가 여전히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새마을금고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관리·감독 부실을 지적하고 있다. 행안부는 작년 12월 적자 금고 배당률을 '1년 만기 정기예탁금 연평균 금리 절반 이내(1.83%)' 로 제한하고, 경영개선 조치를 받은 금고의 배당을 금지하는 방침을 통지했다. 그러나 개별 금고의 반발에 굴복해 한 달 만인 올해 1월 배당 제한 수위를 대폭 완화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회원들이 출자금을 빼내 오히려 경영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익잉여금 감소로 인한 자기자본 약화 우려.
새마을금고가 적자 상황에서도 배당을 실시할 수 있는 이유는 과거 적립해 둔 이익잉여금(임의적립금)을 배당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금융기관의 자기자본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B금고의 자기자본은 2023년 말 251억원에서 작년 말 169억원으로 급감했다.
자기자본의 감소는 곧 대출 부실 등에 대비할 수 있는 금융기관의 체력이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현재와 같은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기에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안부는 배당 제한 조치를 완화해 작년 적자를 낸 단위 금고가 2023년에 흑자였다면 배당률을 3%까지 허용하고, 경영개선 조치를 받은 금고도 충분한 적립금이 있으면 2%까지 배당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상황은 단기적으로는 출자자들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새마을금고 전체의 재무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금융 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익잉여금의 감소는 금융기관의 위기 대응 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