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파면 이후 김건희 의혹 진상규명 본격화될 전망.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123일 만에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정권 출범 1060일 만에 무너진 윤석열 정부는 수많은 비리 의혹을 남겼고, 그중에서도 전 영부인 김건희 씨와 관련된 의혹들이 재조명 받고 있다.
국회는 윤석열 파면 이전인 지난 3월 20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요구안'(김건희 상설특검안)을 통과시켰다. 이 특검안에는 명품백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은 물론, 삼부토건 주가조작,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구명 로비, 대통령 집무실 이전,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11가지 의혹이 총망라되어 있어 사실상 '김건희 종합 특검'이라 불린다.
현재 대통령(권한대행)의 특검 임명 거부로 특검 가동은 가로막혔지만, 정치권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김건희 의혹 관련 특검이 가동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한 과거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던 사건도 재수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영부인의 특수 지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고검은 김건희 전 영부인 관련 의혹 중 명품백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사건은 다른 의혹들과 달리 검찰에 의해 '무혐의' 처분으로 귀결됐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윤석열 정부 3년 내내 논란이 지속되었던 사안이다.
영부인 명품백 수수 사건, '황제 조사' 논란 재점화.
2023년 11월 27일 밤 9시,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는 김건희 전 영부인이 최재영 목사에게 명품백을 받는 장면이 담긴 충격적인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배경은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위치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로, 최 목사는 김건희 씨에게 300만 원 상당의 크리스찬디올 명품 가방을 건넸다.
영상에서 김건희 씨는 "자꾸 왜 사오느냐", "이렇게 비싼 걸 절대 사오지 말라"고 말하면서도 선물을 거절하지는 않았다. 최 목사는 이 영상을 촬영하게 된 계기에 대해, 김건희 씨가 자신 앞에서 사적인 통화를 하며 "금융위원 임명하라고" 등의 발언을 해 '국정 개입 정황'을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최 목사는 김건희 씨에게 약 10차례 면담 요청을 했지만, 선물(디올백, 샤넬 향수 등)을 준비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렸을 때만 면담이 성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건희 씨에게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사후 국립묘지 안장 등 크게 3가지를 청탁했으며, 그 대가로 여러 선물을 건넸다고 밝혔다.
최재영 목사는 "검찰 쪽에서 직무 관련성이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고 먼저 얘기하는데 피의자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반박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청탁이라는 취지로 얘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해 "대통령 배우자에 대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어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고, 이어 서울중앙지검도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조사 과정에서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검사들이 휴대폰을 경호원에 반납한 채 '출장 조사'를 했다는 '황제 조사' 논란도 일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관련자 유죄 확정에도 '무혐의' 처분 논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경선 시기부터 그와 김건희 씨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왔다. 의혹의 핵심은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과 주가 조작 작전 세력이 회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과정에서, 김건희 씨가 자신의 계좌를 이들에게 맡기거나 직접 주식을 매매해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은 2009년 12월부터 3년간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90여명의 계좌 157개가 동원돼 가장·통정매매 등으로 시세를 조종했으며, 김건희 씨의 계좌 3개도 이 주가조작에 활용됐다는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문제는 같은 사건에서 '전주(돈줄)' 역할을 한 손모 씨는 방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김건희 씨는 이를 피해갔다는 점이다. 검찰은 손 씨와 김건희 씨의 투자 성향과 행위가 다르다고 판단했고, 김건희 씨의 계좌가 주가 조작에 이용된 건 맞지만 시세 조종 사실을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에 따라 방조 혐의도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그리고 채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도 연결되어 있다. 도이치 주가조작의 핵심 투자사였던 블랙펄인베스트의 전 대표 이종호는 임성근 전 사단장과 관련해 "VIP한테 얘기할 테니까 사표 내지 마라"라는 녹취가 공개되기도 했다.
또한 이 씨는 해병대 단체 대화방에서 "삼부 내일 체크하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후 삼부토건 주가는 정부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발표와 맞물리며 5배 넘게 치솟았다. 권오수, 이종호 등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김건희 씨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했으며,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후에도 김건희 씨는 이들과 관계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수사와 재수사로 진실 규명 가능성 높아져.
만약 특별검사나 검찰의 재수사로 앞선 서울중앙지검의 '무혐의' 결정이 뒤집히게 되면, 과거 수사 과정에서의 부실 조사 및 수사, 또는 '봐주기 수사' 의혹과 관련한 수사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권익위나 검찰 역시 수사 대상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부부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두 사건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두 사건의 재수사가 윤석열 정부 3년간 제기됐던 다양한 의혹들의 실타래를 풀어낼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건희 씨는 부적절한 이들과 대선 후에도 관계를 이어갔으며, 이 과정에서 국정 개입 의혹과 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린 정황들이 포착되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금, 과거 '영부인'의 특수 지위에 가려져 있던 다양한 의혹들이 새롭게 조명받으며 진실 규명의 새 국면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