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트럼프 행정부 태양광 소재 관세 면제 결정에 관련주 급등.
17일 한국 증시에서 한화솔루션, OCI홀딩스, OCI 등 태양광 관련주가 장중 급등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오전 9시 24분 기준으로 한화솔루션은 전일 대비 4.50% 상승한 2만900원에 거래됐으며, OCI홀딩스는 10.10%, OCI는 4.1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급등세의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정책 변화가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발표한 상호관세 제외 수입품 품목코드(HTSUS)에 태양광 산업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도 태양광 산업에 대한 일부 예외를 인정한 것으로, 해당 소재를 활용하는 기업들에게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했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패널의 핵심 원료로, 실리콘을 정제해 만든 고순도 소재다. 웨이퍼는 이 폴리실리콘을 얇게 자른 판으로, 태양광 셀을 만드는 기본 재료가 된다. 이런 기초소재가 관세 면제 품목에 포함됨으로써, 태양광 산업 전반의 원가 구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과 동남아에서 셀을 수입해 미국 현지에서 모듈을 제조하는 한화솔루션 큐셀부문과 폴리실리콘 제조사인 OCI홀딩스가 이번 조치로 간접적인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수직계열화된 태양광 산업의 특성상, 원자재 관세 면제가 최종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태양광 산업 가치사슬과 기업별 수혜 가능성 분석.
태양광 산업은 폴리실리콘 → 웨이퍼 → 셀 → 모듈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형성하고 있으며, 각 단계별 관세 정책의 변화는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미국의 폴리실리콘 관세 면제 조치는 이러한 가치사슬 전반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미국에 큐셀 브랜드로 대규모 태양광 모듈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이 공장은 현재 연간 약 1.7GW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 확장 계획도 진행 중이다. 한화솔루션은 한국과 동남아에서 셀을 수입해 미국 내에서 모듈을 생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원자재에 대한 관세 면제 효과를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포지션에 있다.
이진호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화솔루션에 대해 "반덤핑·상계관세(AD·CVD) 부과에 따른 미국 내 모듈가격 상승, 발전자산 매각 등 사업 다변화를 통한 기초체력 향상, 유상증자 가능성 축소 등을 주목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로 인한 가격 상승 효과가 기업 수익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의 태양광 소재에 대한 관세 면제 결정은 단기적인 주가 상승 요인일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국내 태양광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미국의 정책 변화는 언제든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OCI홀딩스와 OCI의 경우, 폴리실리콘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원자재 공급 측면에서 수혜가 예상된다. OCI는 과거 국내 폴리실리콘 생산 시설을 운영했으나, 중국과의 가격 경쟁으로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말레이시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바 있다. 미국 시장에서의 관세 면제는 동남아 생산기지를 활용한 수출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태양광 정책의 향후 방향과 투자 유의점.
미국 태양광 산업 정책은 중국과의 무역 갈등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김시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12년부터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AD·CVD를 부과했으며, 중국 제조사들은 우회수출을 위해 생산지를 동남아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은 중국의 우회수출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현지시간으로 오는 18일 미국이 동남아 4개국(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대상 AD·CVD 관세율을 확정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이 결정은 태양광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태양광 기업들의 생산기지가 집중된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관세 부과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태양광 산업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친환경 정책 기조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된 IRA의 대대적인 지원책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어떻게 변형될지도 주요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캠페인 당시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바 있어,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이처럼 미국의 관세 정책과 신재생에너지 정책 방향성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태양광 관련주 투자에 있어서는 단기적인 움직임에 현혹되기보다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과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43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0.19% 상승한 2452.01을 기록 중이다. 태양광주의 급등이 지수 상승에 일부 기여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시장 흐름은 미국 증시의 영향과 연준 의장의 발언 등 대외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