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재소장 대행, 윤석열 탄핵선고 판단 근거 최초 공개 "관용과 자제가 핵심 기준"

SONOW / 2025-04-18
기사 이미지

문형배 소장대행, 인하대 특강서 탄핵 판단 기준 최초 공개.

임기 만료를 하루 앞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7일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특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늦어진 이유와 더불어 탄핵 판단의 핵심 기준인 '관용과 자제'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법률가의 길' 수업의 특별 강연자로 초청된 문 소장대행은 200여 명의 학생들 앞에서 법률가로서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후, 질의응답 시간에 윤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소회를 밝혔다.

이날 문 소장대행은 손영화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의 초청으로 특강을 진행했다. 그는 법률가의 길을 '혼(魂)', '창(創)', '통(通)'이라는 세 가지 핵심 가치로 나누어 설명했다. 먼저 '혼'에 대해서는 "왜 나는 법률가가 되려 했나"를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미국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의 말을 인용해 "내가 지금 여기 있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 행복하다면 그것이 성공"이라는 마음가짐을 권했다.

'창'은 독창적이면서도 적절한 것, 즉 창의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문 소장대행은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건축불허가처분 취소 사건에서 현장검증 후 결론이 바뀐 사례, 방청객이 배심원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조정을 성공시킨 사례 등을 공유했다. '통'은 막힌 것을 뚫고 흐르게 하는 것으로, 명확한 의사표현과 경청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용과 자제 기준"이 탄핵 판단의 핵심 가치.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 진행된 대화에서 문 소장대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몇 달 동안 분열과 혼란을 겪은 우리 사회가 성장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학생의 질문에 문 소장대행은 단호하게 "관용과 자제"라고 답했다.

"탄핵소추가 야당의 권한이다, 문제없다 이렇게 얘기하고 그렇다면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권한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게는 답을 찾을 수 없다"며 "관용과 자제를 뛰어넘었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고 문 소장대행은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탄핵소추는 그걸(관용과 자제를) 넘지 않았고 비상계엄은 그걸 넘었다는 게 우리(헌재)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29회 연쇄 탄핵 발의에 나선 것은 헌법이 부여한 권한 내에서 '관용과 자제'를 넘지 않은 행위였지만,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관용과 자제'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발언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의 핵심 법리를 처음으로 공개한 것으로, 탄핵 결정의 이론적 배경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현재까지 탄핵소추는 그걸(관용과 자제를) 넘지 않았고 비상계엄은 그걸 넘었다는 게 우리(헌재) 판단"

탄핵선고문에 담긴 통합의 메시지와 시간이 걸린 이유.

문 소장대행은 헌재의 탄핵 선고에 '모순'이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저는 모순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표명한 그는 "야당에 적용되는 권리가 여당에도 적용돼야 하고 여당에 인정되는 절제가 야당에도 인정돼야 그것이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에게 적용되는 원칙과 너에게 적용되는 원칙이 다르면 어떻게 통합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문 작성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 이유를 처음으로 언급한 부분이다. 문 소장대행은 "그 통합을 우리가 좀 고수해 보자. 그게 탄핵선고문의 제목이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단순히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여부만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기 위한 메시지를 선고문에 담기 위해 심사숙고했음을 시사한다.

문형배 소장대행은 33년간의 판사 경력과 6년간의 헌법재판관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루어진 이날 강연을 통해, 한국 헌정사의 중요한 순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학생들과 나누었다. 그의 발언은 탄핵 결정 과정에서 헌법재판소가 고려한 법리적,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소장대행은 내일(18일) 공식 퇴임할 예정이다.

SONOW / 2025-04-18
#문형배 #헌법재판관 #관용과 자제 #윤석열 탄핵 #헌법재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