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학회 연이은 성범죄 논란, 피해 신고 6개월 지연된 징계와 솜방망이 처벌 실태

SONOW / 202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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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성폭행 미수 사건, 검찰 수사 중.

국내 최대 규모의 학술단체 중 하나인 대한토목학회에서 연이은 성범죄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전 학회장의 강제추행 혐의에 이어 5년 전 발생한 또 다른 성범죄 사건까지 공개되며 학회의 조직 문화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등치상) 혐의를 받는 대한토목학회 사무국 직원 A씨를 지난달 25일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송치했다. 대한토목학회는 토목공학계 석박사 학위 취득자와 관련 국가기술자격 보유자 등 3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학회로, 그 위상이 상당한 단체다.

이번 사건은 2020년 10월 학회 행사 이후 발생했다. 경찰에 제출된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학회 직원들이 머문 호텔 인근 식당에서 직장 상사인 B씨와 술을 마신 후, 각자 방으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B씨의 객실 문을 강제로 열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B씨는 저항 과정에서 팔목에 멍이 드는 등 신체적 상해를 입었으며, 화장실로 대피한 후 방문을 열고 탈출해 복도에서 소리를 질러 A씨를 쫓아냈다. 그러나 A씨는 이후에도 복도에 앉아 "비밀로 하면 안 되냐"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2차 가해를 시도했다.

고소까지 4년, 피해자 대상 역공격과 괴롭힘.

피해 발생 후 고소까지 4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 배경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피해자 측은 사건 당시 A씨의 아내가 임신 초기였기 때문에 신고를 주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건 이후 A씨는 B씨의 업무 요청을 무시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지속했고, 결정적으로 B씨에 대한 '징계 요구서' 작성에까지 가담하는 2차 가해를 저질렀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 사건의 피해자 B씨가 다른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B씨는 2023년 11월 당시 학회장으로부터 회식 중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2개월 후 고소했고, 그 후유증으로 지난해 1~4월 병가와 휴직을 냈다. 그 기간 동안 몇몇 직장 동료들은 오히려 피해자인 B씨를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하며 해고를 요청했고, A씨도 이에 동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B씨는 자신을 둘러싼 성범죄 사건들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2020년 사건에 대한 공론화를 결심하게 되었다. 피해자가 감내해야 했던 심리적 부담과 직장 내 고립은 직장 내 성범죄가 은폐되는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사건 이후 A씨는 B씨의 업무 요청 등을 무시하고, B씨에 대한 '징계 요구서'를 작성하는 데까지 가담하자 공론화를 결심했다.

학회의 늑장 대응과 미흡한 징계 조치.

대한토목학회는 두 사건 모두에서 심각한 대응 지연 문제를 보였다. 전 학회장의 강제추행 사건에서도 1년 넘게 사실 확인 조사에 나서지 않아 고용노동부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학회는 이번 사건에서도 유사한 패턴을 반복했다.

B씨가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을 지난해 10월 공식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학회는 즉각적인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는 두 달 후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고 후 6개월이 지난 지난달 20일에야 학회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A씨에게 '검찰 기소 시까지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주목할 점은 대기발령이 공식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 임시 조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학회가 이러한 미흡한 조치를 결정한 후에도 그 결과를 피해자에게 알리는 데 2주나 지체했다는 점이다. 이는 피해자 보호와 신속한 조치라는 성범죄 대응의 기본 원칙에 크게 어긋나는 행태로 볼 수 있다.

학회 측은 조치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행사와 해외 출장 등으로 임원들이 바빴고, 제3자 기관에 조사를 맡기라는 근로감독관 지시에 따라 법무법인을 새로 섭외하다 보니 조사 결과가 늦게 나왔다"고 해명했다. 또한 대기발령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서 더 중한 내용이 나오면 중징계를 내려야 하는데 미리 징계할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해명은 직장 내 성범죄에 대한 즉각적이고 엄중한 대응의 필요성을 간과한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SONOW / 202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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