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수가 주선한 술자리에서 현대종합금속 회장 접대 논란.
한양대 에리카 무용학과 박모 교수가 제자들에게 술자리에서 춤과 노래를 강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자리에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이 함께했으며, 학생들이 회장을 접대하는 형태의 술자리였다는 점이다. 정몽석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현대가(家)의 일원이다.
15일 MBC 보도에 따르면, 해당 술자리는 2022년 4월 서울 강남구의 한 술집에서 진행되었다. 박 교수는 제자들을 데리고 정 회장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으며, 1차 술자리에 이어 2차 노래주점까지 자리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박 교수는 제자들을 정 회장 옆에 앉히고 거듭 술을 마시게 했으며, 정 회장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를 것을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대학 내 권력관계를 이용한 부당한 지시와 학생 인권 침해 문제를 넘어, 재계 인사가 연루된 접대 의혹으로 확대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교육계와 재계의 불건전한 관계 형성과 학생들을 도구화하는 문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몽석 회장, 학생들에게 50만원 봉투 건네고 부적절 발언.
더욱 충격적인 것은 술자리 이후 정몽석 회장이 학생들에게 5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넨 사실이다. 학생들이 노래와 춤을 선보인 후, 정 회장은 돈봉투를 전달하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내가 너희들만 있으면 평생 같이 놀 수 있다. 다른 인간들 필요 없다"라고 말했으며, 다음 만남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박 교수가 "저희 학과 전체 회식이 80명 정도 된다. 그때 한번 내려오라"고 제안하자, 정 회장은 "거기도 완전, 전부 다 여자 많은 것 아니냐"고 답했다. 이러한 발언은 여학생들을 대상화하는 성차별적 발언으로, 교육 현장에서의 성인지 감수성 부재와 성평등 의식의 결여를 드러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내가 너희들만 있으면 평생 같이 놀 수 있다. 다른 인간들 필요 없다" -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
이에 대해 정 회장 측은 "해당 술자리는 박 교수가 초청해서 함께 한 것이고 노래주점은 학생들이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돈 봉투는 차비 명목으로 남녀 모두에게 건넸다"고 주장하며,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의혹을 부인했다.
학생들이 증언한 불쾌한 접촉과 인권 침해.
술자리에 참석했던 학생들은 불편했던 경험을 증언하고 있다. 한 학생은 "이름이나 부모님 뭐 하는지 묻고, 요즘 힘든 게 있으면 이야기하라면서 토닥거리거나 제 허벅지에 손을 얹는다거나 그런 불쾌한 접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증언은 단순한 회식 자리를 넘어 학생들의 신체적 경계를 침범하는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학생들은 교수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술을 강요받고, 노래와 춤을 선보이도록 강요받았다. 교수와 학생 간의 권력 불균형 속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았으며, 이는 교육 현장에서의 심각한 인권 침해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교육부와 대학 당국은 이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교수-학생 간 권력 관계의 적절한 경계 설정과 학생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행위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처벌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양대, 박 교수 해임 결정...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필요.
논란이 커지자 한양대학교는 지난 11일 박 교수를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박 교수는 "학생들에 대한 부당 지시는 모두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지만, 대학 측은 조사 결과 학생들의 증언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대학 내 학생 인권 보호와 교수 윤리 의식 제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을 접대 도구로 이용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보다 엄격한 윤리 지침과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기업인과 교수 간의 부적절한 유착 관계가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대학의 투명한 관리 감독이 요구된다.
한편,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권력형 접대 문화와 성차별적 인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여성을 대상화하고 접대 도구로 여기는 구시대적 관행이 근절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