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ONOW
"무안공항 참사 교훈 무시" 법원의 강력한 경고
서울행정법원이 11일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소장 접수부터 선고까지 약 3년이 걸린 이 소송에서 법원은 시민과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특히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를 직접 언급하며 새만금공항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법원은 국토교통부가 기본계획 전 사전 타당성 평가 때 국제 규정에 따라 마땅히 해야 했던 조류 충돌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후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조류 충돌 위험도를 진행했지만 위험도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판단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새만금 공항 부지의 조류충돌 위험도가 다른 공항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며, 여건이 비슷하다고 예로 든 무안국제공항에서 지난해 말 대형 여객기 참사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조류 충돌 위험 무안공항의 656배, 경제성도 '최악'
시민단체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새만금 국제공항에서 예상되는 철새와 항공기 충돌 횟수는 연간 최소 9.5회에서 최대 45.9회로, 무안공항(0.07회)과 비교하면 무려 656배에 달한다. 이는 항공 안전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수준이다.
경제성 면에서도 참담한 결과가 나왔다. 재판부는 새만금국제공항의 비용편익비(B/C값)가 1에 못 미치는 0.479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경제성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는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경제적 효과가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로, 대규모 국책사업으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수준이다.
"생명권 침해 우려" 생태적 가치보다 개발 논리 우선 비판
재판부는 공항 설립 취지인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공익이 다른 가치와 기본권보다 중요해야 사업이 정당화될 수 있지만, 현재 부지는 항공 안전성을 충분히 담보하기 어려워 생명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생명, 안전, 생태적 가치가 결코 낮게 평가돼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가 제시한 조류 충돌 위험 저감 방안에 대해서도 법정 보호종 조류의 서식지를 파괴할 수밖에 없어 조류 보호와 충돌위험 저감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또한 공항건설이 습지보호지역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서천 갯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함에도 제대로 된 검토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수라갯벌 살아있다" 시민들 환영, 정부는 충격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이 타당하다는 국토부의 결론이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 것으로 객관성과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못박았다. 그간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를 촉구하며 천막 농성과 국토 행진 등을 이어온 시민들과 환경단체는 "수라갯벌 살아있다. 신공항이 웬말이냐"며 이번 판결을 열렬히 환영했다.
한편 법원은 전체 원고 1,297명 중 법률상 소음 지원 대책 범위에 해당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단 3명에게만 원고 자격을 인정했지만, 이들의 승소로 새만금공항 건설 계획 전체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번 판결은 개발 논리에 앞서 안전과 환경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사법부의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